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방송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 가격할인 효과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속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족끼리 휴대전화를 묶으면 초고속인터넷이 공짜라고 하길래 가입했더니 인터넷 속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부터 “휴대전화를 바꾸면 초고속인터넷과 IPTV는 공짜라고 하길래 가입했는데 속은 것 같다”는 불만도 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유선상품이나 방송상품을 ‘공짜’라고 허위 광고하는 사례는 통신회사가 더 많기는 하지만 유료방송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달 28일 소비자를 현혹시켜 사실과 다른 상품 구매를 권유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각 3억5000만원, 케이블TV방송 사업자에 각각 375만원에서 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결합상품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는 소비자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줄 뿐아니라, 유·무선 통신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도 해친다.
할인액을 특정 상품에 몰아주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어,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은 ‘무료(미끼 상품)’라는 인식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결합상품에서 인터넷이나 TV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따라서 케이블TV사업자들은 차라리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게 알리고 판단받자고 제안했다.
결합으로 묶이는 모바일과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 상품별로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를 정확하게 고지하자는 것이다.
할인율을 줄이자든지 결합판매를 금지하자든지 하는 게 아니라, 상품별로 할인율을 똑같이 하고(동등할인) 이를 이용약관에 명시해 이용자에게 정확하게 고지하자는 것이다.
CJ헬로비전(037560)(13,050원 0 0.00%) 임원은 “모바일이 없거나 부실한 케이블 입장에선 모바일 결합금지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하면 이용자 편익이 줄게 된다”면서 “하지만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의 할인율을 똑같이 하면 이용자에 대한 혜택은 줄어들지 않고 ‘인터넷·방송 무료’ 같은 허위과장 마케팅 가능성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며, 공정한 경쟁 환경도 조성된다”고 말했다.
씨앤앰 임원도 “이동성, 개인화가 요즘 ICT 트렌드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문화상품인 유료방송은 물론 집전화, 초고속인터넷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 혜택 그대로 vs 줄어들 것
케이블 업계가 요구하는 결합상품 동등할인율이 이뤄지면 이런 구조가 된다. 예전에는 전체 금액(모바일+초고속인터넷+방송)의 할인율이 30% 이내이면 어디에서 할인하든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30%를 목표로 정하면 모바일에서 30%, 초고속인터넷에서 30%, 방송에서 30%로 할인해야 하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가 고시를 통해 할인율을 낮추라거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 소비자 후생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예전에는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만 깎고 할인했는데, 이제는 각 상품에 똑같이 할인하라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컨셉이라는 것.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온가족무료’는 결합할인 총약을 유선상품과 동일하게 설정해 일괄할인하기 때문에 지배력 전이 의도가 매우 명확하다”면서 “이를 개선할 대안이 동등 할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는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관망하는 모양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SK텔레콤의 모바일 결합만 규제하길 바라지만, 이통3사 모두 마찬가지라는 의견과 함께 유료방송 가격구조 정상화(공짜방송 철퇴)를 통한 콘텐츠 육성이라는 대의에서 봤을 때 한 사업자(SK텔레콤)만 제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KT나 LG유플러스로서는 동등할인이 명문화되면 자사 유선상품(초고속과 IPTV)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결합상품 동등 할인에 대해 새로운 규제 신설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우리는 (회계상으로는) 방송공짜를 만들지 않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등할인율이 고시로 만들어지면 사업자로서는 할인율을 전체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후생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짜 초고속’, ‘공짜 방송’에 대한 허위 과장 광고를 규제하는 것외에 결합상품 고시 개정을 통해 동등할인율을 명문화하기까지 일부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