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차관급 참석했던 행사
靑 컨트롤타워 설치도 늑장
朴대통령 방미 여부 주목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기운데 박근혜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사태가 데자뷔처럼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재난에 대응하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속속 확인된다.
특히 공석인 국무총리를 대신해 행정부를 통할해야 할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 와중에 유럽 출장길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뒤늦게 컨트롤타워를 설치했지만 이미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한 후여서 늑장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 총리대행은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자 2일 오전에야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그는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해 불안과 우려를 조기에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정작 본인은 오후에 유럽으로 출국했다.
최 총리대행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했다. 이어 5일 영국 런던에서 한국경제설명회 행사를 가진 뒤 7일 귀국할 예정이다.
최 총리대행은 본연의 직무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격으로 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한 것이지만 이 행사에 경제부총리가 반드시 참석할 필요는 없다. 2011년에는 임종룡 당시 1차관이, 2014년에는 추경호 당시 1차관이 각각 참석한 바 있다. 최 총리대행의 유럽 출장이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차관이 참석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우리나라가 부의장을 맡고 있어 회의를 주재해야 하기 때문에 부총리가 참석해야만 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메르스 발병 2주가 지난 3일에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것도 뒤늦은 대응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메르스에 30명이 감염되고 2명이 사망한 후였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개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미 정치권에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총리대행의 경우 어차피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하반기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메르스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강행할 경우 비난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