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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13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증여세 소송에서 패배했다.
이제 막 1차전(행정법원)이 끝났을 뿐 최종 소송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잇따라 거액의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승소, 기세를 올리던 분위기에 흠집이 생겼다.
법원으로부터 국세청이 부과한 1376억원의 증여세 취소 판결을 받아낸 이들은 선종구 前 하이마트 회장의 두 아들이었다.
선 전 회장은 현재 이사회 승인 없이 자신의 연봉을 올려 4년동안 177억원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와 회사에 납품을 유지하려는 대가로 선 전 회장의 친인척과 지인들이 수억원의 돈과 미술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세훈 부장판사)는 최근 선 前회장의 두 아들이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선 前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두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과세요건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어 위법하다"며 두 아들에게 승소 판결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선 前회장은 지난 2000년 11월~2012년 4월 하이마트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유럽계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하이마트 1차 M&A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할 무렵인 2005년 9월 하이마트 지배회사인 '룩스'의 지분 9%를 큰 아들 명의로, 6%를 작은 아들 명의로 이전했다.
한편 유진기업은 2008년 1월 어피니티와의 사이에 하이마트 지분 100%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회사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하기로 했으며(하이마트 2차 M&A), 그 무렵 선 前회장에게 유진하이마트홀딩스에 대한 공동투자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선 前회장의 큰 아들과 신한캐피탈 사이에 룩스 지분 매각대금으로 상환하기로 한 500억원의 대출약정이 체결됐고, 선 前회장의 큰 아들이 유진기업으로부터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10만 주를 500억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도 체결됐다.
이어 2008년 2월 선 前회장의 작은 아들이 룩스 지분 매각대금 1229억원 상당액을, 큰 아들이 820억원 상당액을 각 자신들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송금 받은 뒤 유진기업으로부터 작은 아들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18만주를 908억원에, 큰 아들이 12만주를 100억9600만원에 각각 매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두 아들이 받은 룩스 지분 매각대금 중 주식매수대금 상당의 돈은 같은 날 두 아들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유진기업으로 곧바로 이체됐다.
한편 선 前회장은 2008년 5월 자신의 소득으로 룩스 지분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 368억원을 예정신고·납부했다. 과세당국은 당초 선 前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두 아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후 선 前회장의 두 아들이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주위적 처분사유를 '현금증여'로 예비적 처분사유를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선 前회장의 아들들은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은 선 前회장의 돈으로 취득한 선 前회장 소유의 주식으로 그 명의만 자신들의 명의로 했을 뿐, 선 前회장으로부터 주식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조세부과처분의 취소소송에서 과세요건사실의 증명책임은 과세권자에게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과세당국은 선 前회장으로부터 두 아들에게 주식 취득자금의 현금증여를 처분사유로 하는 과세요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 前회장이 룩스 지분 배당금으로 아들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룩스 지분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를 증여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간명하고 세금부담 측면에서도 유리한데 굳이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방법을 택해 그 재산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는 것은 선뜩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선 前회장이 룩스 지분 배당금 취득에 대해 양도세 386억원을 납부했는데 선 前회장이 아들들에게 유진하이마트홀딩스의 주식을 증여할 의사였다면 룩스 지분 배당금에 대해 거액의 양도세까지 자진납부하면서 종국적으로 추가적인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과의 부담까지 짊어지는 불리한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 前회장이 아들들 명의로 룩스 지분을 취득한 것이 유럽게 사모펀드 어피너티의 요청에 의한 것이고, 두 아들은 지분 명의자로 해외직접투자신고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선 前회장의 변소는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련의 M&A 과정을 통해 이뤄진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취득이라는 결과는 선 前회장에게 귀속되고, 다만 두 아들로부터는 그 필요에 의해 명의만 빌린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당국의 처분은 과세요건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으므로 위법하다"며 선 前회장 두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4구합67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