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 안전에 중점…편리함 제약에 관대해져야"
금융감독원은 11일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신속·편리함과 금융안전 간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약하는 제도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 신규계좌 개설 절차 강화 ▲ ATM 지연인출시간 확대 ▲ 장기 미사용 계좌 ATM 인출한도 축소 등의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거래를 하는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일본, 중국 등 금융사기로 인한 국민피해가 많은 국가들은 계좌개설 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자금이체도 실시간으로 되지 않는 등 안전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국은 계좌개설 시 고객 신원 확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까다로운 신원 확인과정을 거치고, 추가적으로 여권과 운전면허증, 주소증명 가능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직불카드와 수표 배송은 7~10일 후에나 이뤄지며, 계좌에 일정금액 이상 잔액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계좌유지 수수료가 부과돼 대포통장 양도 목적의 계좌개설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영국은 계좌개설을 위해 미리 인터뷰 예약을 해야 하며 인터뷰까지 평균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영국 뿐 아니라 일본도 신분증 이외 재직증명서 또는 재학증명서 등으로 본인의 신원을 입증해야 하고, 타은행 거래여부와 타은행 계좌잔액 등도 확인한다.
현금카드와 보안카드는 계좌 개설 인터뷰 완료 이후 약 2주일이 경과해야 우편으로 발송되는 시스템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계좌이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은 자행이체의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타행이체의 경우 1~3일이 소요되며, 소요시간에 따라 수수료도 차등 적용된다.
일본은 자행이체의 경우 평일 19시 이전, 타행이체는 평일 15시 이전에 이체한 경우에 한해 당일 이체가 가능하고 휴일의 경우 다음 영업일에 이체가 된다.
이밖에 홍콩은 한도를 지정해야 인터넷뱅킹 이체가 가능하며, 한도지정 후 4영업일 이후에 첫 이체가 가능하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신속함보다는 거래 안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금융이용자도 신속·편리함을 제약하는 제도에 보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