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캠프 개소식, 소견문으로 본 판세분석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8일 전체 유권자 1만77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769명(44.2%)의 유권자를 보유한 서울지방세무사회를 시작으로 투표가 시작된다.
이후 19일 2700명 유권자를 보유한 중부세무사회를 거쳐 대구(23일), 광주(24일), 부산(25일)을 거쳐 30일 한화63시티에서 열리는 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개표와 함께 당선자가 최종 확정된다.
4명의 세무사회장 후보들도 각각 선거캠프 개소식을 마치고 광폭의 표밭갈이가 한창이며, 이들의 포부와 공약이 담긴 선거공보물도 전국에 산재한 세무사회원들에게 일괄 배포된 상황이다.
각 후보의 선거캠프 개소식 및 소견문에 담긴 내용, 후보진영 표정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백운찬, 조용근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했으며 뒤를 이어 이창규, 손윤 후보가 뒤를 쫒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세몰이' 성공한 백운찬…정구정 등에 엎고 한 발 앞서 있다? = 지난 8일 전형적인 '세력 과시형' 선거캠프 개소식을 가진 백운찬 후보(기호 4번)가 세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선거캠프 개소식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전직'이지만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현 세무사회 집행부가 백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고 있다.
'선거개입'이라는 표현은 식상할 정도로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 및 세무사회 집행부의 백 후보 거들기는 선거캠프 개소식을 기점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어마어마한 인맥을 가진 백 후보와 근 20여년 가까이 회직 주변을 맴돌며 관리해온 정 회장의 지지기반이 결집할 경우 백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잡을 수 있다.
다만 백 후보의 경우 정 회장의 '묻지마 지지'가 확실한 장점인 동시에 확실한 단점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편파선거' 논란을 일으키며 정 회장은 대놓고 백 후보를 지지해 왔다. 백 후보가 제시한 20여 가지 선거공약도 정 회장이 과거 선거에서 활용했던 공약들과 유사성이 짙으며 그가 작성한 출마 소견문 또한 정 회장측 노선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소견문을 통해 조용근 후보(기호 2번)의 3선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세무사회원들은 3선의 정 회장과 한 배를 탄 마당에 3선 출마한 조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비판을 강하게 쏟아내고 있다.
결국 백 후보가 세무사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정 회장이 짜놓은 프레임을 개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이들이 조 후보를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시킨 상황이다.
최근 발행한 세무사회보 10면 가량을 할애해 백 후보를 돕고 조 후보를 깔아뭉개는 사상 초유의 시도까지 한 정 회장이 백 후보의 당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패배 이상의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 2강 구도 형성했지만…'사면초가' 몰린 조용근 = 개소식 성황으로 2강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분류되는 조 후보는 현 시점에서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형세다.
조 후보의 최대 강점은 사심이 없는 선거 태도. 정 회장을 반대하는 대다수 세무사회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3선을 위한 3선 출마가 아닌 3선, 4선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 회장이 만들어 놓은 비정상적 세무사회 프레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그의 출마 명분.그가 선거캠프 개소식 및 소견문을 통해 '연봉 0원',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포한 것도 이 맥락이다.
사실상 등 떠밀려 선거판에 뛰어들었지만, 그의 이런 순수한 출마의도가 제대로 홍보될 루트가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상대 진영 또한 그의 3선 출마를 비판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소견문에 집어 넣는 등 노골적인 '깎아내리기'가 시도되고 있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지양해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그의 순수한 의도 또한 세무사회보를 동원한 정 회장 등의 '십자포화' 앞에서 무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국세청 재직시절부터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손윤 후보(기호 3번)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닫아놓은 채 3선 출마를 한 조 후보를 공격하는 괴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2중 이창규, 손윤…'캐스팅 보트(?)' = 이창규 후보(기호 1번)와 손윤 후보(기호 3번)는 백 후보와 조 후보 대비 파괴력이 떨어진다. '메르스'를 이유로 선거캠프 개소식도 생략한 이창규 후보는 2년전과 입장에 달라진 기색이 역력하다.
이 후보는 2년 전 정 회장의 3선을 저지하겠다는 명분으로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에 나선 태도는 사뭇 다르다.
소견문을 통해 '회원을 위해 애쓰는 정구정 회장을 위로하고 응원해 왔다. 기회를 주면 정 회장 못지 않은 열정으로 회무를 추진하겠다'며 친정(親鄭)을 사실상 공식화 한 상태다.
이 후보와 그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인 김종화 후보, 그리고 정 회장은 오랜기간 친분을 나눈 단짝이며 정치적 동반자들이다. 이 후보 진영이 선택한 선거전략은 결국 정 회장 지지기반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 후보는 선거캠프 개소식부터 흥행에 실패했다.
그를 물밑에서 돕는 지지기반이 그닥 약하지 않지만 당선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회의론이 많은 상황이다. 대반전을 위한 카드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실제 대반전이 이루어질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
또한 손 후보가 소견문을 통해 4선, 5선을 막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국세청 출신 세무사층의 표를 조 후보와 나눠가지게 될 경우, 오히려 그가 밝힌 4선, 5선을 도와주는 꼴이 되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백 후보를 당선케 만들어 자신이 공약한 4선, 5선 저지와 반대방향의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강 후보인 백 후보와 조 후보 입장에서 보면, 2중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좌지우지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