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물(?)'들 = 담배소비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정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세금이 걷히고 있다. 국민건강을 이유로 삼으며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결국 세수증대 효과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 정부 예상을 웃돌며 결과적으로 증세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상 전부터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목 뒤에 숨은 '꼼수' 증세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정부는 끝까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일 뿐 증세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수치상으로 담배소비량이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자,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담배로 인한 '세수 대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세월호 침몰, 메르스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담배로 인한 세수 증가는 정부 입장에선 가뭄에 단비인 셈이 됐다.
□ 담배 반출량 보니, 초반만 '반짝' = 담배로 인한 세수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담배 소비량의 회복이다. 지난해 사재기 해둔 담배가 서서히 떨어지고, 2000원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서서히 누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담배 세수 계산의 기반이 되는 담배반출량은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 34억 개비(1갑 20개비 기준 약 1억7000만갑), 2월 36억 개비(1억7900만갑)로 낮아졌다가 3월 들어 49억 개비(2억4300만갑)로 급격히 뛰었다.
4월에는 58억 개비(2억9100만갑), 5월은 54억 개비(2억6900만갑)인 것으로 집계됐다.
담배반출량은 공장이나 창고에서 담배가 얼마나 나갔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된 양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 소비량이 반출량에 가까워진다는 설명이다.
담배 소비가 아직 지난해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반출량은 4월 3억6600만갑, 5월은 3억4500만갑이다. 아직 3억만갑에 미치지 못하는 올해보단 지난해가 확연히 반출량이 높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해 줄어든 담배반출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인상 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판매량이 34%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올해 1∼5월 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줄었다.
급격히 반출량이 줄었던 1월, 2월을 제외하면 정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게 된다. 앞으로 늘어날 반출량을 고려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정부의 국민건강 증진 명목의 담뱃값 인상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 "담배 너마저 없었으면…" = 내수시장 침체 등 경제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돈 나올 구멍'이 없는 것도 사실. 경기 침체 장기화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성장률은 4년째 3%대를 맴돌며 세수실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수입 예산 대비 부족액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지난해 10조9000억원이었다. 당장 올해도 세입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폭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올해 세수부족액 규모를 7~8조원 가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 10조원까지 세수가 더 부족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 압박 속에서 담배 소비량 회복세를 통해 부족한 나라곳간이 채워졌으나,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붙여 담배가격을 올린 정부로서는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담배 판매로 걷힌 세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00억원 많았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400억원, 2월 1000억원, 3월 1300억원, 4월 3300억원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연간 담배 세수가 지난해 6조7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담배 소비량이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추이를 보인만큼, 담배 세수는 최소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담배 세수 총액(6조7427억원)보다 약 1.5배 많은 규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연평균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1%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담뱃세 추가 징수액이 5조1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흡연율은 그대로, 담배 세수만 늘어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 상황과 맞아 떨어져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내 흡연율의 사회 계층별 불평등과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담배소비량과 흡연율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서민의 담뱃값 지출이 더 클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담배에 붙는 세금은 소득 역진적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동일한 액수의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의미"라며 "결과적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서민 호주머니를 턴 셈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