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살 수민(가명)이는 오른쪽 뺨이 빨갛게 부어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을 찾아 아래턱에 발생한 '유년성 만성 골수염'이라는 희귀한 병 진단을 받았다.
이미 뺨으로 고름이 터져 나오고 통증이 악화돼 급히 수술이 필요했지만 늘 많은 환자로 수술이 밀려있는 대학병원의 사정상 대기를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를 준비하던 수빈이에게 갑작스럽게 곧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료진의 소식이 들려왔다. 적어도 2개월은 기다려야 했던 수술이 3일로 앞당겨진 것이다.
수민이의 부모는 메르스로 인해 예정된 수술들이 연기되면서 수민이의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메르스로 인해 양악수술이나 임플란트 같은 수술이 많이 연기되면서 대기 중이던 구강암 환자나 수민이 같은 중증치과질환 환자의 대기 적체가 많이 해소됐다.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공포로 사람들이 병원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하다 보니,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 중증질환자들에게 혜택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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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치과병원 명훈(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
수민이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명훈(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평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구강종양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며 "메르스로 인해 전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환자와의 대화시간이 늘어난 점도 있다"고 전했다.
외래에 새로 내원하는 환자가 줄면서 대기시간이 줄고 환자와의 대화할 시간이 늘어난 것.
명 교수의 평균 외래환자 대기시간은 30분이다, 때문에 면담시간은 1~2분이었지만 신환이 줄어들면서 대기시간은 5분으로 줄고, 환자와의 면담시간은 3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명 교수는 "사실 이게 정상적인 진료다. 더 궁금한 점 없냐고 물어보면, 늘 쫓기듯 진료하던 모습에 익숙하던 환자들이 이렇게 오래 계셔도 되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이럴 때 그동안 얼마나 같이 있어드리지 못했기에 이리 좋아하시는가하고 웃게 된다"며 "메르스가 종식되고 나서 환자들이 다시 밀려들기 시작하면 다시 이렇게 환자와 오래 얘기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쓴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하고 웃음을 빼앗아가고 있는 와중에 의사로서 메르스에게 교훈을 배우고 있다는 명 교수는 "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없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사회적 백신을 맞고 아파 앓고 있는 것 같다"며 "메르스로 인해 노출된 '방역체계의 허술함'만이 아니라 시민의식과 대학병원에만 집중된 환자 쏠림, 그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의 저하 등에 백신을 진하게 맞고 나면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냐"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