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국감, 넌 끔찍한 악몽이야" = 지난해 8월 26일 분리국감이 무산됐던 당시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5층 국감장 모습. 분리국감을 실시하겠다는 국회의 일정에 맞춰 국세청은 국감 준비를 다 마쳤지만 국회 파행으로 국감이 무산되면서 직원들은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던 직원들은 굉장히 허탈해 했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사의 세종시 이전 후 곧바로 이어진 조직개편과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엔티스(NTIS)' 개통 후폭풍, 끊이지 않았던 각종 사건·사고 등 바람잘 날 없었던 국세청에 모처럼 간부들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지난 13일 간부회의에서 간부들에게 던진 한마디 때문.
대개 간부회의에서는 세입예산 확보나 조직의 기강확립, 관리자들의 엄격한 자기관리 등 무거운 주제를 놓고 회의가 진행되지만 이날만큼은 "관리자들이 솔선수범해 여름휴가를 가라"는 임 국세청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간부 중 한 사람도 휴가를 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임 국세청장의 엄중한 지시 앞에 간부들은 모두 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임 국세청장이 간부들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 것은 관리자들이 휴가를 가야만 그 밑에 직원들도 휴가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조직보다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상사가 휴가를 안 가는데 자신은 꼭 휴가를 가야겠다고 나서는 간 큰(?) 부하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임 국세청장은 본인이 먼저 8월 초에 휴가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임 국세청장은 가족들과 국내여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엔티스' 개통 문제, 일선 세무서의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의 통합 등으로 직원들이 몸 고생, 마음 고생을 겪었을 뿐더러 법인세수와 소득세수는 국세청의 성실신고 유도로 전년 대비 실적이 좋아지는 등 비교적 성과도 있었던 만큼 직원들의 누적된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런 소식에 간부들 뿐만 아니라 국세청 직원들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0월 분리국감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피감기관 '1호'가 되어 여름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직원들 입장에서는 2년 만에 가는 달콤한 여름휴가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전 직원들이 휴가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연가보상비 선지급 제도에 따라 전 직원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고 휴가기간 중 맞춤형 복지비를 활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제휴 여행사의 할인여행상품도 적극 안내하고 있다.
다만 임 국세청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해 내수경기가 침체된 만큼 직원들이 가족들과 국내여행을 하도록 독려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분리국감으로 인해 자료준비를 하느라 휴가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무조건 휴가를 가라는 지시가 내려와 좋다"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