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7월부터 수평적 성실납세제도를 성실납세 협약제도로 그 명칭을 바꾸고, 신청대상도 직전 사업연도 수입금액 5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법인에서 3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의 법인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평적 성실납세제도는 협약체결 승인요건 심사를 통해 선정된 법인과 과세관청이 성실납세이행협약을 체결하고 법인이 사전에 자발적으로 공개한 세무쟁점에 대해 과세관청과 협의를 통해 납세의무를 신속하게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성실납세이행법인에 대해서는 정기세무조사를 면제하고 표창추천 등의 혜택도 부여된다. 이 제도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시범실시를 거쳐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협력적 납세순응제도(Co-operative compliance)는 납세자의 투명성과 자발적 공개에 대해 과세관청이 과세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 주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제도는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Taxpayer Engagement Strategy'를 시작으로, 2005년 네덜란드 'Horizontal Monitoring'(이하 HM)과 미국의 'Compliance Assurance Process' (이하 CAP)등이 있으며, 지금은 22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과세관청이 납세자를 관리·감독하는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양자가 상호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납세자에게는 과세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과세관청에게는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신고내용에 대한 사후검증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조세회피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네덜란드는 협력적 납세순응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HM에서는 납세자의 세무통제시스템의 정도에 따라 관리수준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내부세무통제시스템(Tax Control Framework)이 갖춰진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는 과세관청이 직접 협약을 맺고, 이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과는 업종별 연합회, 재무서비스 제공사업자 등을 통해 간접 협약을 체결한다.
미국의 CAP 제도는 6년간의 시범실시를 거쳐 2011년부터 정규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Pre-CAP', 'CAP', 'Compliance maintenance' 3단계로 나누어 운영된다. Pre-CAP 단계에서는 당해 납세자가 성실납세 이행협약 대상으로 적합한지를 충분히 검증하고, Compliance maintenance 단계에서는 성실성이 검증된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검토수준을 조정함으로써 협약의 성공가능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
협력적 납세순응제도의 핵심가치는 투명성, 상호신뢰, 상호이해 등이다. 이 제도에서 건전한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은 납세자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근거이며, 납세자의 투명성은 양자 간의 상호신뢰관계 형성의 밑거름이 된다.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협력적 납세순응제도들은 공통적으로 납세자가 건전한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납세자의 일상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세무문제는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고, 중요 과세문제에 대해서만 과세관청에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사전협의를 통해 세무처리 방법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성실납세 협약제도에서도 협약신청 요건으로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고, 협약신청법인의 내부세무통제시스템에 대해 통제환경, 위험평가, 통제활동, 정보 및 의사소통, 모니터링 등의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협력적 납세순응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제도를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적용대상기업의 규모에 대한 상한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국세청은 수평적 성실납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청요건을 직전 사업연도 수입금액 1천억원 이상 5천억원 미만의 법인으로 제한해 동 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대기업은 제외했었다. 그러나 최근 성실납세 이행협약 신청요건을 하향조정함으로써 적용대상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되었다.
건전한 내부세무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납세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도입된 협력적 납세순응제도가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지금은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세정지원 수단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수평적'이라는 표현도 제도의 명칭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번 변화가 협력적 납세순응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향상된(enhanced) 관계로 나가자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