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7일 제67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정신'을 한목소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경제활성화 및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내세우며 국가정보원의 거듭되는 민간인 사찰과 해킹 의혹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을 한 제67회 제헌절"이라며 "헌법기관으로 일하는 국회가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국회가 민생경제를 살리는 법안과 예산을 물 흐르듯 처리해 더욱 (나라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요람이 되고 있는지, 민생예산을 가로 막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여야가 동의한 추경처리 기한이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민생경제가 수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야당에 간곡히 한 번 더 당부드린다"고 추경처리를 압박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지난 60여년의 세월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위협과 도전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발전시킨 국민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누리당은 국민 여러분들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다시 한 번 겸허히 되새겨 본다"며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며, 법치가 바로 서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를 성문화한 제헌헌법을 언급하며 "오늘 한국의 모습이 부끄럽다.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기관이 전국민을 사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헌법에 보장한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무단하게 침해했다. 대통령이 침묵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침묵과 부인, 은폐는 수많은 디지털 증거 앞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에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듭 "대통령이 나서 진상규명을 하고 단죄하고, 사과할일은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과 진실 앞에 나설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다"고 압박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67주년 제헌절을 맞이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정보기관이 거꾸로 국민 위에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법해킹프로그램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자들은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문정은 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시인 헌법이 선포된 첫 날이지만 그에 담긴 숭고한 뜻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는 날"이라며 "헌법을 지켜야 할 이들이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 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옭아매는 답답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해킹프로그램으로 국민들에게 악성 코드나 살포하며 국민 걱정만을 양상하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다. 헌법 위에 서 있는 국정원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며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세력에게 헌법 존중, 헌법 수호의 가치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