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차만 분명한 치과의사 전문의제, 합의는 '글쎄'

의료법 제1조(목적)는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향을 규정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치과의사 전문의제 역시 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나, 현재 전문의제는 치과계 내부에서 소수정예냐 다수개방이냐의 논쟁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과 더불어 후학들에게 피해가 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는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그에 해당하는 환자만 진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제77조 제3항의 위헌판결을 선고했다.

그 이후,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최남섭)가 지난 17일 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및 법령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치협에서 제시한 로드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고간 가운데 소수정예와 다수개방, AGD 등을 둘러싼 각 입장은 확고했다.

2022년 약 4만여명 배출… '자격갱신제' 및 '인턴제 폐지' 등 로드맵 제시

먼저 기조발표에 나선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는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의 향후 로드맵'에 대해 전달했다.

김 이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과대학 졸업생의 약 34%가 전문의로 배출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 전문의가 계속 배출된다면, 2022년 약 4만4000여명의 전문의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전속지도전문의들만 경과조치 특례를 시행하는 경우, 한의사전문의제도의 역사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의가 전문진료나 연구분야에 종사하지 않고, 1차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국내의 특수한 개원 현황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전문의 수의 증가는 개원환경의 악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이사가 제시한 향후 로드맵은 ▲전공의교육과정개선 ▲기회 균등 ▲치과의사전문의자격갱신제 도입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공의교육과정개선'에 ▲인턴제 폐지 ▲신설전문과목 시행 ▲모ㆍ자 수련치과병원제 ▲수련기간 자율제 ▲치과의사전공의통합전형제도 및 2지망제도 ▲치과대학생 진료면허제 및 실기시험 도입, '기회 균등'에는 ▲신설과목 신설 및 수련경력인정 특례 ▲2007년 2월 17일 이전 수련과정 이수자 경과조치 특례 ▲전속지도전문의의 전문의 자격인정 특례, 마지막으로 의료질서 확립과 대국민서비스 전문화를 위한 '치과의사전문의 자격갱신제' 도입 등이다.

이와 함께 로드맵 시행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김 이사는 "보건복지부는 원안대로 대통령령을 개정하고, 모든 직역에게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각 직역단체들은 로드맵을 충실히 따라 더 이상의 전문의 논의를 멈추고, 선택은 치과의사 각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설전문과목 생성' 전공의 86% 반대 "통합은 특정분야 전문성 부족"

10분 휴식 후, 총 9명 패널 발표와 종합토론에서는 치협이 제시한 로드맵에 대한 본격적인 찬반의견이 오고갔다.

먼저 '인턴제 폐지'에는 기성세대 치과의사 및 치대ㆍ치전원 학생들은 대부분 찬성을 표한 반면, 전공의들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전국치과대학학생연합회 이신규 회장은 "병원 운영을 위한 저임금 인력이라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레지던트 때 지망하는 과에 배정받기 위한 정치가 만연해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시기"라며 "전국 11개 치대ㆍ치전원 학생들은 과반 수 이상이 인턴제 폐지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대 입장인 전국치과전공의협의회 박준호 회장은 "인턴제가 폐지될 경우, 통합적인 사고와 치료계획 수립을 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감소된다"며 "제도 폐지가 아닌 전국 통합과정의 인턴 교육과정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2007년 2월 17일 이전 수련과정 이수자 경과조치 특례에는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기존에 수련 받은 경력은 당연히 인정해야 하며, 현재 커리큘럼에 맞는 교육 또는 시험을 추가 이수한 후 자격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전문의제도 TF위원회 조영탁 위원은 "1998년 전문의자격시험 불실시 위헌 확인에서 사실상 전공의 수련과정을 수료한 자에게 경과조치를 두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동등한 기회부여 및 행복추구권의 침해에서 볼 때 전속지도전문의 특례가 인정된다면, 기 수련자 역시 동일한 수련과정을 거쳤으므로 경과규정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위원은 "한시적 전속지도 전문의 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을 교육하기 위한 전속지도전문의의 전문의 자격 인정 특례에 찬성한다"며 "전공의를 교육하는 공직에 있을 때만 전문의 자격을 주는 한직전문의제도가 왜 논의됐는지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신설전문과목 생성'에는 찬성 및 반대의견이 공존한 가운데 명칭변경 및 전문과목 15개로 확대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먼저 전공의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86%로 압도적인 가운데 박 회장은 "통합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 배출을 통한 전문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반적인 의료 수준을 높이는데 있어서는 긍정적"이라며 "신설과목 수련경력인정으로 전공의 수련을 기피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또한 전문의로서 갖춰야 할 단일 수련과정에 준하는 학술 활동, 교육 수료 내용에도 양적, 질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위원은 "기 수련자의 10개 전문과목 경과조치 시행을 전제로, 신설전문과목은 4~5개 신설해 많게는 15개까지 늘려 치과 1차의료기관에서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한 진료과목을 신설해야 한다"며 "임플란트, 심미, 근관(보존전문의에서 분리, 노인치과(소아치과와 대비), 통합치과 등을 신설해 현재 치협이 갖고 있는 7년 로드맵을 그대로 적용하고, AGD가 실패한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치과의사 취득 연한에 따른 교육시간의 차등은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통합치과학회 김기덕 회장은 "통합치과전문의(AGD)는 1차의료기관의 의료 질 강화 및 일반치과의사 임무라는 심적 부담감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며 "AGD 수련제도는 반드시 법적 제도권 안에 편입돼야 한다. 아울러 AGD 제도에 의해 기배출된 수련의 및 AGD 자격증 소지자 권리를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자격갱신제' 도입, 기성세대 Vs. 전공의ㆍ학생 입장 엇갈려

치협이 향후 치과의사 로드맵에서 제시한 '치과의사전문의 자격갱신제' 도입에는 기성세대 치과의사들은 대부분 찬성한 반면, 전공의 및 치대ㆍ치전원 학생들은 찬반의견이 공존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용진 회장은 "5~7년 주기의 전문의 자격갱신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활동 전문의 수를 통한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전문학회가 전문의 질 유지를 명분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11개 치과대학병원 전공의들은 26.17%의 찬성을 보이며 무분별한 진료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는 반면, 현행 보수교육제도 존재 및 적절한 제도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 반대 의견이다.

이 회장은 "대국민 홍보를 함께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치과의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할 것"이라며 "다만 치과의사 진료의 질을 실제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여야 한다. 또한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사회적 비용만 들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소수정예와 다수개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치과계 내부의 상호 이해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치협 치과전문의제도운영위원회 심동욱 위원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권 수호와 의료 선택권이 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법률적으로 뒷받침되는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택에 따른 현실적인 이해득실과 일반 개원가의 피해 최소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수정예를 강화하는 방안을 토대로 한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치과계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 이상훈 위원장은 "치협에서 제시한 로드맵이 확정된 안이 아니라면 소수정예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공청회를 개최할 생각이 있느냐"고 건의했다.

치협 "정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 내부 한 목소리 내야"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최남섭 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고자 마련된 자리"라며 "협회에서는 그동안 전문의제 관련 나름대로 로드맵을 마련해왔다. 오늘 이 자리에서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면 다시 한 번 개선안을 만들어 회원들의 뜻을 묻고자 한다. 따라서 오늘 공청회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를 되풀이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진전된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최 협회장은 "한 가지 직시해야 될 것은 이 사안에 대해서 내부에서조차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더 이상 정부에서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는 없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어떤 방안이 회원들의 피해를 가장 줄이고, 국민들에게 최상의 전문의제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공청회의 초점이 돼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패널 발표에는 치협 장영준 부회장이 좌장으로, 대한치의학회 권긍록 총무이사, 대한치과병원협회 박재억 부회장, (가칭)대한통합치과학회 김기덕 회장, 치협 치과전문의제도운영위원회 심동욱 위원,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전문의제도 TF위원회 조영탁 위원, 전국치과의사전공의협의회 박준호 회장, 전국치과대학학생연합회 이신규 회장,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용진 회장, 대한치과의원협회 이경록 이사 등 9명이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13일 경기도치과의사회(회장 정진)가 개최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방향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5명의 패널이 발표한 가운데 특히 소수정예 고수와 11번째 신설과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경치가 효율적인 방향모색을 위해 30개 시ㆍ군분회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8명의 응답자 중 소수정예 고수(11명), 다수개방(4명), 잘 모르겠다(3명)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