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국세청 훈령 제1990호 제5조 제4항.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에 대한 '세무재조사'를 강제화하는 법안이 추진될 예정이어서 안팎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1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에 대해 재조사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중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도 국세청 내부규정에는 국세공무원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에게 금품을 받은 경우 금품제공 납세자에 대해 세무재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강 의원은 이를 아예 법제화 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등 금품제공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국세청은 2000년대 초반 세무조사 비리 차단을 위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담당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적발시 재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금품제공납세자 특별관리 규정)을 마련해 운영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05년에는 국세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된 22명의 납세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여 수 백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금품제공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례가 없지만 국세청은 내부규정에 따라 금품제공 사실이 적발된 납세자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원칙적 측면에서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국세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된 KT&G와 모뉴엘도 다시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특히 강 의원이 국세기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제대로 맞물릴 경우 이들 업체에 대한 재조사가 가시권 안쪽에서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KT&G는 지난 2009년 세무조사 당시, 세무대리인을 통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소속 직원들에게 1억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올해 초 검찰 수사를 받았다.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직원 상당수도 구속됐다.
이 사건은 조사국 내 1개 팀이 KT&G 뿐 아니라 모 패션전문회사 등 총 7개의 업체에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세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조사 직원들의 조직적인 금품수수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으며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세청 개청 50년 역사상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국세청에서도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쇄신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고개숙여 사과한 바 있다.
희대의 사기대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뉴엘 또한 2012년 세무조사 당시 조사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는 조건으로 담당 조사팀장에게 수 천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담당 조사팀장은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한편 국세청도 최근 금품을 제공하는 세무대리인 업체에 대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등 부조리 근절 대책을 밝힌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강 의원이 발의할 개정안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세청 내부규정이 아닌 법제화를 통해 금품제공 납세자에 대한 세무재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금품제공의 귀책사유를 가리거나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사안에 대한 처리 여부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금품제공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는지, 세무대리인에게 있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뇌물 제공은 몇 년 뒤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이 부분에 대한 처리방향 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