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 원장의 건강칼럼] 치과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계절, 날씨, 그리고 기분에 따라 같은 산 같은 코스로 등산할 때마다 기분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사실 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번 해외로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느끼는 감정은 나 역시 그들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해외봉사를 다녀오고 많은 기부금을 후원하는 모습을 볼 때, 언론에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냐 혹은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힘든 분들이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나가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한 연예인이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도 물론 힘들죠. 그리고 도움이 많이 필요하죠.. 그런데 어려운 나라 아이들은 죽어요…"라는 말을 한 순간 탄식이 나왔고 격하게 공감을 했다.

나는 수년전부터 3개월에 한 번씩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발리, 필리핀 쪽으로 해외봉사활동을 짧게 3일정도 다녀온다.

봉사활동을 다녀올 때는 병원 진료를 하지 않고 소위 정말 병원 문을 닫고 의료봉사를 다녀오는데 주위에서의 시선은 걱정 어리게 많이 보게 된다.

강남에 위치한 병원인데 며칠간 환자를 보지 않고 의료봉사를 가면 이래저래 손해가 너무 많지 않냐라는 주위의 걱정인데 물론 사실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번 봉사를 다녀오게 되면 마치 마음의 수양이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너무 편해지고 봉사를 다녀온 후 오히려 더 환자분들 진료에 집중이 된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항상 아침 공항에 도착해 바로 병원으로 와 짐을 정리할 여유 없이 예약돼 있는 오후 진료를 하게 된다. 그 때 처음 오후에 만나는 한국 환자분이 정말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환자분들이 봉사는 잘 다녀오셨어요? 라는 인사에 더욱 힘이 나는 희열은 나만 갖고 있는 기쁨인 듯 하다.

처음 선교사님들과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캄보디아 봉사를 시작으로 의료봉사는 시작이 됐다. 물론 그 나라에도 치과가 있지만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60년대 정도의 의료수준과 장비, 환경이다.

더 믿지 못할 사실은 치과조차 있는지를 모르는 주민들이 많이 있다. 때문에 당연히 치아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의료봉사를 가면 여러 준비물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준비물로 항상 진통제와 항생제를 많이 챙겨간다. 물론 공항 출입국 때 늘 담당자와 짐을 검사하고 많은 설명을 해야 통과가 되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약을 많이 챙겨가는 이유는 내가 그들의 나라에 가서 할 수 있는 진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시 귀국을 하고 돌아올 때 남겨진 그들에게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것이 덜 아프고 빨리 낫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캄보디아인데 처음 캄보디아에 갔을 때 그 아이들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넉넉하지 않는 형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옷가지 정도의 선물과 신발인데 그 작은 선물에 너무도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난 내 꿈이 바뀌었다. 나중에 캄보디아에 치과대학을 설립해 치과의사를 양성하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휴양지로 유명한 반면, 주민들은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치과 진료환경이 열악하다. 우리나라는 스케일링 보험이 적용돼 만원 조금 넘는 비용이지만, 그 나라 주민들의 치과 스케일링 비용은 8만원 정도의 비용이다.

여기서 반전은 한달 일을 해 받는 급여 수준이 8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과는 커녕 평생 치료라는 것은 받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오고 앞으로도 가야 할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가 불가능해 식탁 테이블을 붙여 환자를 눕히고 스케일링과 발치, 잇몸치료, 간단한 충치치료만이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초반에 언급했다시피 봉사활동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늘 아쉬우면서 미안하고, 내가 한국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한번 갈 때 하루에 80여명의 환자를 보게 되는데 끝까지 더 많이 치료해드리지 못해 아쉽고 한국에 돌아올때는 그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걱정이 앞선다.

불과 비행기로 8시간정도의 거리에 이렇게 많은 환경과 시설 차이로 치료를 더 해드릴 수 없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지금 내가 더욱 노력해야 나중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내가 봉사를 함으로써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내가 한국에서 나를 믿고 오시는 환자분들께 더욱 진료에 집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줘서 그들에게 고맙다.

벌써 올 11월에 예정된 의료봉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