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보면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높다.
경영자들이 상속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첫째,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 비상장회사 주식이어서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세무상 평가가액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실제 자녀들이 이러한 주식을 상속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이를 양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도 최고 50%의 세율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출액 3천억원 미만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시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적용 이후 10년 동안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후관리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
만약 이러한 사후관리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로 인한 상속세 절감액과 이자상당액(연 10.94%)이 추징된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이 ‘비현실적인 제약’으로 여기는 사후관리 규정으로는 ‘10년 업종 유지 요건’과 ‘10년 고용유지 요건’ 이 두가지를 들 수 있다.
10년 업종 유지 요건와 관련해 현행 상증법 시행령 제15조 제9항 2호에 따르면 가업의 주된 업종을 변경(단, 한국 표준산업분류표상 세분류 내 변경은 인정)하는 경우에는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상속세 등을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요건을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비현실적인 제약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중소기업 경영 여건 및 고용 여건 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10년간 같은 업종을 계속하여 영위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때문이다. 또한 세법에서는 표준산업분류표상 세분류 내의 변경은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세분류의 범위가 좁다는 데 있다.
업종 변경에 대한 사례를 들자면 정장 제조업(세분류) 중 남성 정장 제조업(세세분류)을 영위하는 경영자에게 상속이 발생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 경우 상속 이후 10년간 자녀가 같은 정장 제조업(세분류) 내에 있는 여성 정장 제조업(세세분류)으로 업종을 변경 사업을 영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장 제조업이 아닌 다른 세분류 내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내의 및 잠옷 제조업이나 유아용 의복 제조업을 주업종으로 영위하는 경우에는 주된 업종을 변경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후관리 규정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한다.
일반 대중의 시각으로는 정장 제조업을 영위하던 사업자가 내의 및 잠옷 제조업이나 유아용 의복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업을 승계한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인력 수급 상황 및 산업 트렌드 등의 변화에 불구하고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계속하여 정장제조업을 회사의 주업종으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10년 고용 유지 요건과 관련해 현행 상증법 제18조 제5항 ‘라’목과 ‘마’목에 의하면, “각 사업연도의 정규직 근로자수의 평균이 상속개시 직전 2개 사업연도의 정규직 근로자수 평균(기준고용인원)의 100분의 80에 미달하는 경우 및 상속개시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수의 전체 평균이 기준고용인원 100분의 100(규모확대 등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기업의 경우에는 100분의 120)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사후관리 요건 중 10년 고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감면된 상속세 등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2015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은 법인의 2013년말 및 2014년말 2개 사업연도 평균 정규직 종업원 수가 1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각 사업연도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의 평균이 80명 미만이 되어서는 안된다. 해당기간 10년간 전체 정규직 근로자수의 전체 평균이 100명(중소기업이 아닌 경우 120명) 미만인 경우에는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러한 고용 유지 요건은 실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고자 하는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경영자들 중 일부는 이러한 고용 유지 요건에 대한 부담으로 상속 시점 즈음에 정규직 근로자를 감원하여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현행 세법에서는 7년 이상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한 기간별로 추징율을 달리하여, 70%~100%의 추징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좀 더 광범위한 사후관리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대물림 환경의 완화 이슈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두가지 상반된 시선에 대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국민 차원에서 고민을 나누고 의견 통합 과정이 더 필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