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는 행위를 시정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서민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금융사의 대출채권은 상사채권의 일종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때부터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채무자인 금융소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빚에 대해선 변제의무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통상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처리하고 있으나 일부 금융사들은 이를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의 금융사가 4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각한 바 있다.
대부업체들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입한 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부활시켜 채권추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소액채권 채무자의 대다수는 서민 등 취약계층이어서 소멸시효 완성여부나 대응방법을 알지 못해 갚지 않아도 될 빚 때문에 대부업체의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이를 시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는 행위를 자제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중 행정지도할 계획이다.
원금기준 1000만원 이하의 소액채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완성 시 추심을 제한하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반영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사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양도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통지하는 '채권양도통지서'상에는 시효완성 사실을 명시토록 하는 '채권양도 통지업무 표준(안)'을 오는 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채권자가 채권보전을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지급명령신청서'에는 시효완성 여부를 명시토록 소관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상구 금감원 부원장보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매각제한은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멸시효 완성채권 매각행위가 사라질 경우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회복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