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다국적기업 그룹의 사업이 전세계를 기반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룹 내 거래 구조의 다양성과 복잡성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하여 글로벌 연결 세후 이익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지극히 사업가적인 접근방식에 입각하여 저세율국으로 소득을 이전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부담 세액을 최소화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부 기업은 각국의 해외자회사들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부담하는 위험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이익을 획득할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채 이익을 모회사(본사)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위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장소와 세무 이익 신고 장소가 불일치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이러한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위를 단순하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기업가적 관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혹자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사업 거래 구조 개발을 통한 합법적 절세 행위를 방지하지 못하는 현행 세법의 허점을 비판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국가 간의 세법 차이 및 각 국간의 조세 협약 등을 이용한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전략은 아일랜드 세법 및 아일랜드-네덜란드 간 조세협약의 간극을 파악하여 고안된 공격적 절세 방법으로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에게 널리 이용되었던 바 있다. 즉, 다국적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위법 행위는 아니나 적법 행위라고 확언하기 어려운 지능적인 조세 회피 전략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허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6월 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OECD 및 G20 차원의 국제조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2013년2월 OECD는 1차 보고서를 통해 각국은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행위에 대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BEPS Action Plan(실행안)을 공표했다.
2013년 9월 G20정상회의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15개의 실행안을 선정해 2015년 말까지 추진할 것을 합의했다. OECD는 2차 보고서인 ‘Action Plan on BEPS’ 를 발행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BEPS 실행안의 추진 계획을 수립하였다.
2014년 9월, OECD는 15개의 실행안 중 7개 실행안에 대한 취지 및 주요 내용을 포함하는 각각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 가입국 및 G20 회원국들의 논의를 토대로 본 보고서들이 작성되었으며, 각국의 과세당국 및 납세자, 관련 전문가, 세무 현업 종사자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수정 및 보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BEPS프로젝트의 기본적 취지가 국제 조세환경의 투명성 제고 및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고려할 때,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OECD 이전가격지침서 (OECD Transfer Pricing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and Tax Administration)와 OECD 모델조세협약(OECD Model Tax Convention)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OECD이전가격지침서 및 OECD 모델조세협약을 기본으로 제정된 각국의 이전가격세제 및 조세조약의 제·개정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BEPS실행안들의 다수는 전세계 다수 국가들의 이해 관계가 연계된 범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요구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단일국의 법률 개정 수준 이상의 자원 및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혹자는 BEPS 실행안의 실효화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나, 향후 OECD이전가격지침서 및 OECD 모델조세협약의 개정과 국제 조세 환경 변화에 따른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BEPS 실행안 수용 의사 발표 및 활발한 연구 및 논의 진행 하에서 다수의 국가들이 올해부터 2-3년 내에 각국의 국제조세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 작업을 완료하고 보다 강화된 규정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BEPS실행안들 중 하나로 주요 논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전가격’ 분야의 경우 각국이 빠르게 그 영향과 입법화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들이 이전가격문서화 및 관련 정보의 공시에 대한 실행안 13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함을 물론, 각국의 입법화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사전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여러 국가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및 무형자산의 보유, 생산, 물류, 판매, 자금조달, 지역본부 운영 등의 다양한 기능과 위험을 세분화하여 글로벌 체제를 갖추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에게 실행안 13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실행안13의 내용은 기존 OECD 이전가격지침서의 제 5장 이전가격 문서화 (Documentation) 내용을 전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세당국과 납세자 모두에게 있어 이전가격거래에 대한 중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BEPS 실행안 13의 연구와 과거 OECD 이전가격지침서에 대한 연구 및 제정 작업과 비교하여 볼 때 작업 참여 주체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해외 특수관계회사들간의 이전가격거래에 대한 규정인 OECD이전가격지침서는 선진국들의 협력체인 OECD회원국들의 주도로 제정된 반면, 금번 BEPS실행안은 OECD 회원국은 물론, G20국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즉, 과거와 달리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OECD 회원국이 아닌 G20 에 속한 개발도상 국가들의 자국 세수 확보에 대한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OECD에서 발간한 실행안 13초안에서는 이전가격문서화 규정의 주요 목적을 △납세자의 독립기업원칙 준수여부에 대한 평가 △이전가격위험평가 △이전가격조사의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주로 평가와 조사를 주요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다분히 과세당국의 관점에서 정리된 목적으로 해석된다.
또한 실행안 13에서는 이러한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다국적 기업의 사업 및 거래에 관한 충분한 정보들을 마스터파일 및 로컬파일, 국가별 보고서의 문서 또는 서식의 형태로 과세당국에게 제출하도록 설명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이러한 규정 준수를 위한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과세당국은 BEPS 실행안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자국 법률 개정을 통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이자 G20 회원국으로서 BEPS관련 연구에 주도적인 참여를 해왔으며, 기업들이 국제 조세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을 검토해 왔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는 지난 8월6일 실행안 13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정보에 대한 제출 의무 규정의 제·개정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공표하였다.
금번 국조법 개정안은 일정 거래 및 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현행 규정 상 요구되는 국제거래명세서 이외에, 경영 정보 및 국제 거래 전반에 대한 자료를 포함하는 마스터파일 과 로컬파일로 구성된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면 국가별 보고서의 경우, 해외 입법 사례 및 현황을 충분히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OECD의 BEPS 연구동향과 내용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각 진출국의 납세자로서 BEPS 실행안 13에서 요구하는 3단계 보고서와 서식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수집·정리·보고의 가능성 및 해당 정보 공시 행위가 수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관련 정보의 공시로 인하여 수반될 사업활동 상 위험을 사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변화된 규제 환경에서의 대응책을 정립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전 검토의 필요성은 단지, 이번 한국의 법률 개정에 따른 자료제출에 대한 준비 목적에서 뿐만 아니라 BEPS실행안 13을 바탕으로 해외관계사 소재국에서의 유사 또는 동일한 수준의 이전가격정보 공시를 요구하는 법률의 도입에 대한 대응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할것이다.
이러한 BEPS 실행안의 도입에 따른 다국적 기업의 사전 대응에 대한 검토 시에 가장 중요한 점은 각 기업의 관계사들이 소재하고 있는 국가의 입법현황을 포괄하는 전세계적인 진단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지 모회사(본사) 소재국에 대한 검토에 국한하거나 또는 특정 국가에 대한 단편적 대응수준의 검토는 그 결과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계·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