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회사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통지를 받고는 당황하였다. 그 이유는 정기세무조사를 기다리던 차에 4년 전에 받았던 세무조사 때와는 달리 조사대상기간이 과거 5년간이나 되었고 조사사유로 기재된 내용이 “귀하의 신고내용을 검토한 결과 소득금액 누락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신고내용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조사사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근거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조사대상의 선정은 정기선정과(제2항) 비정기 선정(제3항)으로 구분된다.
그 중 정기선정은 ① 국세청장이 납세자의 신고 내용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성실도를 분석한 결과 불성실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② 최근 4과세기간 이상 같은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납세자에 대하여 업종, 규모, 경제력 집중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 내용이 적정한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③ 무작위추출방식으로 표본조사를 하려는 경우에 할 수 있다.
비정기선정은 ①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② 무자료거래 및 위장․가공거래 등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③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 ④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에 통보된 조사사유를 보면 “귀하의 신고내용을 검토한 결과 소득금액 누락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신고내용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비정기선정 사유가 아닌 정기선정 사유, 즉 “국세청장이 납세자의 신고 내용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성실도를 분석한 결과 불성실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정기세무조사를 받을 시기였고 그동안 성실신고를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도 정기선정일 것이라고 추정하면서도 혹시 비정기선정된 것은 아닌지, 비정기선정 되었다면 구체적인 선정사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국세청이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려면 종전과 같이 세금탈루 ‘혐의’만이 아닌 구체적인 세금탈루 '증거자료가 발견되어야 한다'고 개정하여 세무조사와 관련한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세청장이 고시한 납세자권리헌장에서는 “납세자의 권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납세자는 기장·신고 등 납세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조세탈루혐의 등이 없는 한 성실하며 납세자가 제출한 세무자료는 진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왜 자신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세무조사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 주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세자의 세무조사 사유에 대한 궁금증은 세무조사통지서에 조사사유에 조금 더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쉽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