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5000만원 이상 국세를 납부하지 않은 고액체납자는 모두 9만6000여명이었으나,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비율은 고작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고액체납자 10명 중 8명은 마음만 먹으면, 해외도피를 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국세청은 현재 국세체납액이 5000만원 이상인 체납자 중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등 체납처분 회피 우려가 있는 경우, 해외 출입국이 잦은 체납자에 대해 법무부에 요청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10일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액체납자 출국 금지 조치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수는 9만6917명이었다. 이 가운데 출국금지를 받은 체납자는 1만7430명으로, 출국금지 비율은 18%에 그쳤다.
특히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체납자도 차츰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업무소홀로 출국 금지됐어야 할 고액 체납자들이 자유롭게 해외에 출입국 함에 따라, 도리어 재산을 빼돌릴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출국금지를 받은 체납자의 비율은 2012년 19.9%(3148명)에서 2013년 23.3%(3706명)으로 늘어난 이후, 2014년 19.3%(3705명), 2015년 17.0%(상반기, 3484명)를 기록하는 등 체납자에 대한 출국 규제가 느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전체 고액체납자 가운데 출국금지 비율만 가지고서 출국규제 관리가 허술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조세채권을 확보하거나, 조세회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체납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국금지자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조세채권이 확보되면 출국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숫자와 출국금지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납자 가운데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거나, 조세회피 여지가 없다고 판달 될 시에도 출국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