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금융약자 보호'였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경제의 암덩어리, 113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를 당국이 방치해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금융약자들의 빈익빈이 보다 심화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폐업난과 관련해서 금융당국이 고율의 카드 수수료율, 고금리 대출이자, 중도상환수수료를 묵인함으로써 이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는 힐난이 쏟아졌다.
또 국산차 소유주의 보험료 과다 납부와 황제주의 액면분할, 인터넷전문은행 등 이슈가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 정무위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 여건 조성" vs 임종룡 "때가 아냐"
가맹점의 규모에 따른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놓고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의원들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의 감소와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 증가 등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요건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저금리화, 계속적인 카드사 수익 증대 등을 적시했다.
기준금리는 3년 전 3.0%에서 1.5%로 떨어졌는데 신용카드 수수료는 떨어지지 않아 카드사 수익이 2012년 1조3000억원에서 작년 2조1000억원, 올해 상반기 1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띄었다는 것.
박 의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내려감에 따라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덜해졌다"며 "여기에 카드사들의 수익이 날로 늘어 카드 수수료율은 연내 조속히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아직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은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1.99%이고, 3억원 이상 일반가맹점 수수료는 2.25%로 1.13% 차이가 난다"며 "카드수수료는 시장가격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인데 힘센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싼 것이 시장논리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이 "영세 가맹점에 대해서는 우대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대답하자 김 의원은 다시 "영세 가맹점 말고 일반 가맹점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엉뚱한 대답하지 말라"며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이 60% 이상 증가했다. 지난 8월 수수료율 1%까지 낮춰야 한다는 법안 발의도 했다"고 반박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숨이 찬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서민은 어려운데 카드사, 밴사의 수익만 늘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의 질책이 쇄도했지만 임종룡 위원장은 "10월 즈음에 업계 관계자를 모두 모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며 서둘러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서민 빚더미에 앉힌 주범 '고금리 대출이자·중도상환수수료'
여러 정무위 의원들은 또 서민 금융소비자를 빚더미에 올린 주범으로 고금리 대출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를 꼽았다.
6월 기준, 가계부채는 1130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가구당 6043만원, 국민 1인당 2199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중채무자, 저신용자 등 가계부채 취약층은 1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병석 의원은 저신용 등급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주범으로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목했다. 20개 대부업체의 영업이익이 동안 2배 늘고, 당기순이익이 1.6배 증가하는 1년 새 비은행권 다중채무자는 1.6%에서 2%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감하게 대부업의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대부업체 이자를 최고 34.4%에서 29%대로 인하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미 법안이 계류 중"이라며 "4대 금융상품을 5~7조원 정도로 공급하고, 자활과 연계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의원들의 지적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의원들과 임종룡 위원장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입을 모아 "중도상환수수료도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6월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마련해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하기로 발표했지만 4년 동안 금융권 중도상환수수료가 1조4000억원 쌓였다는 것.
이에 임 위원장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못 받으면 은행권이 어려워진다. 미국은 대출금리에 중도상환수수료를 아예 포함시켜서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 국산차 소유자가 보험료 더 내고, 덜 받는 이유?
이 날 국감장에서는 국산차 소유자가 외제차 소유자에 비해 보험료를 과다납부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중됐다.
박병석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자동차등록대수 중 수입차는 111만6000대로 5.5%이고, 지난 한해 수입차가 전체 자동차보험금 납입금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11.3%였다.
하지만 수리비는 수입차 비중이 21%였다.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75만원인데 비해 국산차는 95만원에 불과해 2.9배 차이가 난다. 또 수입차의 평균 렌트비는 국산차 대비 3배이고, 평균 수리기간도 국산차는 4.9일인데 비해 수입차는 8.8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수입차와 사고가 나면 국산 자동차를 모는 운전자는 울며겨자먹기로 지나치게 높은 보험처리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불필요하게 고액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보험가입시 2억원 이상의 대물보험에 든 국산차가 전체의 56.3%에 이른다.
박 의원은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고,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만큼 불합리한 보험료 인상 원인이 되는 수입차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자 관련 제도 개선 방안으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현행법에는 사고가 나면 동종차량으로 렌트해준다는 규정 때문에 구형 벤츠가 사고나도 신형 벤츠를 렌트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동종 차량이 아닌 동종 배기량으로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감장에서는 ▲수입차 사고이력 시스템 도입 ▲무조건적인 부품교체는 자제하는 방안 ▲사고를 많이 내는 수입차에는 높은 보험료율 적용 ▲국산차 운전자 과실에 대한 책임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