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장기화되면서 포스코 중심 동조화에서 이탈
전략ㆍ영업ㆍ재무구조 운영방식과 결과 제각각
국내 철강업체들이 그동안 업계의 맏형 포스코를 중심으로 국내외 철강시장 환경에 공동대응해 오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저마다 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와 중국의 저가공세가 장기화되면서 각 기업이 처한 현실에 알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포스코는 연초부터 강력한 구조조정과 조직슬림화를 외쳤지만 현대제철은 투자확대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국제강은 작년말 더 이상 업계의 요구에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주력 제품인 후판을 줄이고 본사사옥을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부제철은 그룹 전체의 경영악화로 아예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처럼 경영전략이 달라짐에 따라 상반기 경영실적도 과거와 달리 업종의 추세가 보이지 않고 제각각의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매출 3년래 최악...이익 어닝쇼크에서 빠져나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철강 4사의 매출을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들쑥 날쑥하며 22~23조원대의 분기실적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모든 회사가 1분기 2분기 연속 매출이 줄어 최근 3년래 가장 매출이 적었던 2013년 1분기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업계 전체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익은 아쉬운대로 회사마다 1000~2000억원대의 이익을 냈다. 동부제철이 작년 3분기 1조가 넘는 손실을 입고 포스코마저 작년 4분기 2101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충격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이 합병을 통해 꾸준히 이익증가세를 보였으며 동국제강이 사옥매각 등을 통해 2분기에 1568억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등 저마다의 자구노력이 성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철강4사 :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자료 : 각사 분기보고서
■ 매출ㆍ이익 원인과 결과 회사마다 제각각
이런 업계 전체실적을 회사별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증감의 이유와 결과가 제각각 달라 과거 국제 철강시장과 포스코의 리드에 따라 영업실적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동조화 현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별 매출추이를 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작년 한 해 반짝 증가했다가 올해 다시 하락하는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스코는 실적이 가장 나빴던 재작년 수준으로 다시 주저 앉은 반면 현대제철은 재작년보다는 15% 증가한 모습을 보이며 추세적으로 상승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달리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은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감소세가 11%에서 6%로 줄어 들어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반면 동부제철은 5%에서 33%로 감소세가 더 확대되고 있다.
철강4사 매출 현황 (조원) 철강4사 순이익 현황 (억원)
자료 : 각사 반기보고서
철강제품 vs 철광석 가격 추이
자료 : 조세일보 DB
동국제강은 3년 연속 매출이 줄고있지만 그동안 손실의 원인이 됐던 후판 규모를 축소하면서 적자를 크게 줄여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등 철광석을 녹이는 열연 회사들이 철광석의 국제시세 급락으로 후판에서 이익을 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이다.
동부제철은 매출도 작년 상반기보다 33% 감소했고 이익도 아직 수백억원대의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최종 주인을 찾아야 하는처지인데 자기자본의 60배가 넘는 차입금때문에 새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철강4사 차입금 비율 추이 (%)
'14.6 | '14.12 | '15.6 | |
포스코 | 59.7 | 60.7 | 62.2 |
현대제철 | 94.6 | 88.7 | 85.2 |
동국제강 | 189.0 | 199.2 | 184.1 |
동부제철 | 196.5 | 3271.2 | 6646.9 |
* 차입금비율 : 차입금/자기자본 자료 : 각사 반기보고서
■ "첨단제품개발, 회사합병 효과없다"...경기호전까지 버티기 전략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중국 저가철강이 시장에 몰려나오면서 철강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저가공세를 극복하기위해 3,4년 전부터 첨단제품 개발을 통한 고수익구조로의 전환을 외쳤지만 지난 3년 동안 매출과 이익은 하락하고 있고 재무구조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거기다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해 정권교체때마다 큰 홍역을 치르는 것도 중국과의 경쟁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분을 통합해 겉모양이 좋아졌지만 결국 지난 7월 경쟁력없는 강관부분 등 나머지부분까지 합병하게돼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게됐다.
업계관계자는 "첨단제품 개발을 통해 중국저가 공세에 대응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도움이 안된다"며 "회사들을 이리 저리 붙이고 나누는 것도 매출과 수익성이 받쳐 주지 않으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중국철강의 감산을 기대할 수도 없어 솔직히 세계경기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전략밖에 없다"며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라인을 중단하고 자산을 매각해 이자를 줄이고 눈물을 머금고 인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