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조력 세무사는 왜 이름 공개 안하나요?" = 세무사법상 성실의무 규정을 위반한 세무사들은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 직무정지, 과태료 등의 징계 처분을 받는다. 기재부는 최근 열린 제93차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 징계대상 세무대리인 성명을 비공개 처리했다. 앞서 지난 6월에 열린 제92차 세무사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안에는 성명이 공개됐다.
정부가 납세자들이 고액의 세금을 탈세하거나 체납했을 때 신상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해 '여론심판대'에 올려 놓는데 반해, 납세자들의 탈세를 조력한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은 세무대리인들의 명단은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재부는 제93차 세무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세무사법상 성실의무 규정 등을 위반한 11명의 세무대리인들의 성명을 비공개 결정했다.
그동안 기재부는 부실기장, 명의위장사업자의 사업자등록 신청대리 등 세무사법을 위반한 세무사들에 대해 성명과 세무사 등록번호, 징계내용 등을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사실 세무사법 시행령상 징계대상 세무대리인들은 직무정지, 과태료 등 징계내용만 공개하도록 되어 있고 성명 등은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관보에 담을 필요는 없다.
다만 법을 위반한 '불량 세무대리인'들의 성명을 공개, 여타 세무대리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그동안 성명이 낱낱이 공개되어 왔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개인 신상정보에 해당, 개인의 사생활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경우 인적사항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까지 공개하는 등 동네방네 내다 거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
이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의 공문 한 장 때문.
행자부는 지난 8월 전 부처를 대상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는 가급적 노출을 자제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문에는 이름이나 건물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oo' 표시로 하도록 사례까지 집어넣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개별법에서 개인정보공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도, 그런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고유식별정보는 oo으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공문을 발송한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공개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소지에도 불구, 탈세 억지력 강화 및 성실납세 효과 제고라는 큰 취지 아래 시행이 결정됐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납세자들의 탈세를 돕는 등 불법행위에 동조한 세무대리인 명단 비공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불법행위를 저질러 징계처분을 받은 세무대리인들의 명단을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아닌 관보라는 한정된 공간에 공개해 온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기재부가 징계처분을 받은 이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으로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란이 벌어진 경우도 없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행자부에서 고유식별번호 등이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공문이 와 이번부터 이름을 가렸다"며 "명단공개 대상은 고액체납자인데 반해, 징계처분을 받은 세무사들은 견책, 과태료 등 미미한 것부터 과한 것까지 있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가려내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비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