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에서 신의진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찰이 내부에서 특별관리하는 ‘사전경고 대상자’는 7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징계 이력 및 부패 가능성이 있고 정신질환 등으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자로 규정됐다.
유형별로는 정신질환자가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다한 채무(11명), 윤리관 결여(10명), 조직 화합 저해(8명), 성격 파탄(5명), 사행 행위자(3명) 등이다. 근무부서별로는 지구대가 57명으로 81%를 차지했고 경무(6명), 생활안전(2명), 여성청소년(2명) 등에도 배치됐다.
이 중 정신질환자로 분류된 서울 혜화파출소의 A경장은 음주 폭력으로 네 차례나 징계를 받는 등 ‘성격 파탄자’로 분류돼 있다. 강원 태백파출소에 근무하는 B경사는 정신질환으로 지속적인 병원진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우려가 있는 경찰도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신의진 의원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23명 가운데 18명은 총기와 실탄이 지급되는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이 주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데 대해 경찰은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경고 대상자들은 대민접촉이 많고 격무에 시달리는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대신 치료와 근무를 병행할 수 있는 곳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안에 동감하지 못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신 의원은 연세대 의대 출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2008년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크게 빚었던 소아 성폭행 사건(나영이 사건)의 주치의로 유명해졌고 이에 힘입어 국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신 의원이 정신과 의사인 까닭에 개별 경찰의 정신상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한 대안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동안 정신과 의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 국민들에게 설득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짧은 국감 준비기간에 숙려한 대안을 내놓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면 이들이 조속히 치료받아야 한다는 데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국감에 지적된 23명의 경찰은 우울증, 강박장애, 양동성정동장애, 조울병, 사고장애 등을 앓으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기왕이면 더 안정된 심리상태로 근무하고 싶은 마음은 본인이나 가족, 동료들에게 절실할 것이다. 한데 이번 신 의원의 국감 발표로 어느 지구대 소속 경찰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던 경찰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전 서울 은평구 구파발에서 한 경찰의 총기오발로 한 의경이 사망했고 오발한 당사자는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갖고 있었다는 게 신 의원 발표의 동기가 됐다.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갔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특정 경찰을 거명해가며 낙인을 찍은 것은 위험한 처사다.
확률적으로 정신상태가 좋지 않으면 업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섣불리 경찰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해당 경찰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당사자의 동료 경찰들도 색안경을 끼고 볼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회에서도 당사자들은 경찰병원에만 보낼 게 아니라 관할지역과 연계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모호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정확·신속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