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으로 부실기업 이전될 수 있다" 우려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올들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코넥스시장을 기반으로 기업이 한단계 올라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상장과 관련한 평가절차가 허술한 데 따른 코스닥시장 부실화와 공모가 과대책정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사 15곳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이전상장한 7개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툴젠, 예스티 두 기업이 연내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 툴젠은 최근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 예스티는 최근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감사를 새롭게 받으며 이전상장 준비를 마쳤다. 이 외에도 래몽래인, 그린플러스, 아시아종묘 등이 올해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제어장치 전문기업인 베셀, 팹리스 반도체 전문업체인 칩스앤미디어뿐 아니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엑시콘, 매직마이크로, 리드, 비엔디생활건강, 엘피케이 등 15곳 정도의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 시장으로 주소지를 옮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전상장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이 디딤돌 역할을 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개장 두 돌이 지난 코넥스 시장은 지난해까지도 '투자금 유치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코넥스시장을 활성화 시키고자 이전상장 기업에 여러가지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코넥스시장에서 1년간 매출 100억원,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이전상장 시 기업의 계속성 심사가 면제된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이전상장제도)이 적용돼 심사일수가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됐다.
또 의무보호예수 해제도 장점이다. 코넥스 상장 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시 벤처캐피탈 지분에 대해서는 보호예수가 적용되지 않는다. 코넥스 시장에서 취득한 최대주주의 지분도 보호예수가 미적용된다.
보호예수란 증권시장에 새롭게 상장되거나 인수·합병, 유상증자가 있을 때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기간 동안 팔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보유하게 만든 제도이다.
이밖에 코넥스에서 이전상장할 경우 코스닥시장에 바로 상장하는 것보다 할인율 축소가 가능하다. 비상장기업의 코스닥 상장 시 할인율은 보통 20~30%에 해당한다. 예컨대 공모규모 200억원일 경우 할인율이 5% 줄어든다면 10억원의 공모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에서 일정기간 거래가 꾸준할 경우 이전상장심사 승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최근에는 기술특례, 스팩합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전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전상장 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해 부실기업이 코스닥에 손쉽게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밴처캐피탈에 보호예수의무를 지우지 않아 밴처캐피탈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기 위한 코스닥 이전상장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시장은 아직 거래량이 미미해 기업과 밴처캐피탈 모두 환금성이 높은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더 많은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이전상장 시 높은 공모가를 책정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