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50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EY한영에 입사한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박강현(30)입니다. 대학생 때 우연히 회계원리 수업을 듣고 CPA를 꿈꾸며 다른 사람들의 합격수기를 보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이렇게 합격수기를 쓴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 공부 방법에도 수많은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는 다양한 합격수기를 참고하시어 본인에게 맞는 전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본질적인 것은 공부 방법보다는 공부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제 글을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험생활 TIPS
① 강의 활용법
수험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강의를 듣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므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시험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기본 강의는 복습 위주로, 객관식이나 2차 강의는 예습 위주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 강의는 주로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이 듣기 때문에 예습을 하게 되면 그저 생소한 외계어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본 강의는 여러번 곱씹어서 복습하여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객관식이나 2차 강의를 들을 때는 예습 차원에서 문제를 먼저 풀고 강의를 듣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수동적으로 선생님이 문제를 풀어주는 것을 쫓아가기보다 본인이 먼저 문제를 풀고 강의를 들으면 자신이 틀렸던 부분이 명확하게 각인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② 스마트폰은 사물함에
수험생의 가장 큰 적은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 한 두 문제를 풀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공부하는 동안 스마트폰은 꺼두거나 사물함에 넣어두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만 사용하는 것이 수험기간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③ 시작했으면 흔들리지 말자
‘요즘 회계사는 예전만 못한다더라’ ‘이 시험은 input 대비 output이 별로라더라’ ‘회계법인은 잘 나가는 대기업보다 초봉이 낮다더라’ 등 CPA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CPA의 장단점에 대한 비교는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끝내시고 CPA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오로지 목표만을 향해 정진하길 바랍니다.
④ 작심 6일을 반복하자
수험 기간에 제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에 공부만 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CPA 시험은 학교 시험과는 다르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축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일요일에는 늦잠도 자고 운동을 하며 최소한의 체력관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본인의 취미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 쉬지 않고 공부만 하다 몸과 마음이 지쳐 슬럼프를 길게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고생한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 휴식을 부여하여 에너지를 충천한 후 나머지 6일을 공부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효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과목별 공부 방법
① 재무회계
재무회계는 실전에서 시간이 가장 부족한 과목입니다. 따라서 재무회계를 공부할 때 이해를 하면서도 동시에 문제풀이의 틀을 암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전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시험지를 보았을 때 모르는 문제는 과감하게 넘겨야 하고, 아는 문제는 문제풀이 틀에 따라 빠르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또한 재무회계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의 난이도 차이가 가장 적은 과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1차 공부를 할 때 확실하게 공부를 해놓으면 2차 공부를 할 때도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② 세법
세법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휘발성이 강한 과목인 것을 인지하고 학습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했던 과목입니다. 세법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며 진도를 나가지만 동시에 이전에 공부한 내용은 순식간에 잊히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공부하여 물이 빠지는 속도를 물을 붓는 속도가 넘어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두꺼운 기본서보다는 워크북 위주로 이론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과목을 위주로 공부하는 시기에도 중간에 반나절씩 시간을 빼서 워크북을 읽어서 기억을 되살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원가관리회계
원가관리회계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의 난이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1차 시험만을 바라보고 원가관리회계를 공부하다 보면 2차 시험을 준비할 때 소위 멘붕에 빠지기 쉽습니다. 1차 시험과 달리 2차 시험에서는 문제의 사이즈가 매우 크고 주어진 자료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1차 공부를 할 때 기본서에 나와 있는 주관식 문제를 풀고 넘어가면 2차 공부를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학습할 때 주어진 자료를 꼼꼼하게 읽고 보기 좋게 정리를 하는 습관을 지니길 바랍니다.
④ 재무관리
재무관리는 가장 논리가 필요한 과목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 비해 암기가 부담되지 않지만 철저하게 이해 위주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저 공식만 보고식을 외우기보다는 기본서를 꼼꼼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풀다 보면 시험난이도가 상승하여 문제가 변형되었을 때 접근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집니다. 또한,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지만 계산 문제는 절대 눈으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답을 보면 아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허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손으로 풀어야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 알 수 있고, 그것이 곧 자신의 실력이 될 것입니다.
⑤ 회계감사
동차 기간에는 약 4개월 동안 5과목을 공부해야 하므로 처음 접하게 되는 회계감사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회계감사기준으로 이루어진 일명 ‘목차’를 이동하는 시간에 공부하였습니다. 고득점은 포기하고 60점을 살짝 넘기자는 마음을 먹고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는 시간에 프린트한 목차를 암기하였습니다. 물론 회계감사기준을 그대로 작성하라는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간접적인 상황이 문제로 제시되더라도 기준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을 중심으로 답안을 빈칸 없이 무엇이라도 채워나간다면 60점을 넘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⑥ 기타과목
1차 시험을 준비할 때만 공부하는 경영학, 상법, 경제학은 단권화를 하여 방대한 양을 체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CPA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하므로 기타과목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얇은 수험서나 시중에 나와 있는 서브 노트에 강의를 들으며 배운 내용을 정리해놓으면 다독을 하기에 용이합니다. 기타과목은 단권화를 하여 범위를 늘리지 않고 기출문제 위주로 학습하기 바랍니다.
마치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출 나게 잘난 것 없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 역시 인내와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합격하면 힘들었던 수험생활이 기억에서 옅어지고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수험생활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건승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