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부문 뿐 아니라 조선분야에서도 대우건설과 '판박이' 형태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7일 산업은행이 제출한 경영컨설팅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부문 손실 이전부터 상선부문에도 거액의 악성채권이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빠른 시일 내 회계감리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1년 11월 글로벌 경제위기로 조선산업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실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상선부문에서 선박 인도 후에 잔금을 받지 못해 2010년부터 악성 장기매출채권이 늘어나고 있었다.
2011년 9월 기준으로 계상된 장기매출채권 1조6320억원은 지난해 말까지 미회수 잔액이 1조604억원이나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선주와 지급조건을 변경했지만, 변경된 지급조건 하에서도 분할 상환 예정금액이 연체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들 미회수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금액은 45% 수준인 4749억원에 그쳤다. 이는 해양플랜트 손실에만 관심이 집중돼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장기매출채권의 경우 채권의 회수가능성에 따라 대손충당금의 규모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높으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고, 회수 가능성이 적으면 이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는 식이다.
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인도일로부터 3년 거치 후 12년 분할상환조건, 3년 만기 일시납 외 4년 분할 상환조건 등의 방법으로 마치 받을 수 있는 채권인 것처럼 꾸며 이익을 부풀리고, 대손충당금은 거의 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종업계인 삼성중공업은 장기매출채권 비중을 매출액 대비 2% 정도로 관리하면서 장기매출채권에 대해서는 100%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장기매출채권 비중은 15%에 달하지만 45%의 대손충당금만 쌓았다.
3년을 초과한 매출채권 등은 대손충당금을 100% 쌓도록 하는 기준에 부합하려면 대우조선해양은 585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강 의원은 이러한 점을 들어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분식회계 과정을 알고도 부실한 관리감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장기매출채권 급증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손충당금 설정 회피를 묵인해 줬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선주들이 사업수지 및 유동성 악화로 잔금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지급유예를 하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단행했다"며 "빠른 시일 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