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무청에서 병역미필자가 국적을 변경하여 병역을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상속, 증여세를 중과세하는 등의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마디로 ‘국방의무’를 저버리는 자에게 ‘납세의무’로 대신 응징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국민들의 속풀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러한 목적의 과세가 가능할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이 발상도 본질에서는 출국세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출국세(Exit Tax)는 아직도 일반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외국에 나갈 때 공항에서 걷는 수수료 종류로 이해할만하다. 과세권이 다른 국가로 떠나는 것이니 퇴국세(退國稅)가 더 정확할 것 같기도 하다. 출국세는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하여 세금 부담이 적은 나라로 이주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미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고, 이웃 일본도 올해 7월 1일부터 도입하였다. 일본은 5년 이상 일본에 거주하고 1억엔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외 이주 시를 기준으로 금융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간주하여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이다.
떠날 거라면 그동안 올린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해서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이다. 근래에는 재미교포들이 다시 모국으로 귀환하려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출국세이다. 미국은 종래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의 대상이었지만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계층에게는 이제는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모양이다.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출국세는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경우 출국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자산을 전부 양도한 것으로 보아 그 차익에 대하여 조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당사자로서는 그 부담이 클뿐더러 세금 조달도 따로 하여야 하니 국적 이탈을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언뜻 국적을 버리려는 자산보유 자국민에 대하여 출국세가 인질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선진국의 이러한 출국세 운용과 도입은 국부유출방지와 조세수입 증대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출국세는 이제 기업에도 부과하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에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하여 출국세를 부과함으로써 고용창출의 장애 및 재정수입의 감소를 막겠다는 것이다.
요즈음 논의가 활발한 OECD를 중심으로 한 BEPS(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대책도 조세의 글로벌화 현상의 하나가 아닐까?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다국적 서비스업에 대하여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이른 바 구글세에 대한 국제적 공조도 논의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재정연구포럼에서 출국세 도입이 주장된 바 있다. 그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이와는 반대의 측면에서 과세정보 교환의 국제적 공조에 터 잡아 그 동안의 조세행정의 수준이나 관행을 도외시하고 국민이 해외에서 창출한 소득에 대하여 소급하여 엄격한 과세의 잣대를 들이 댄다면 해외자산이 국내로 들어 올 수 없게 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얼마 전에 열린 2015년 세계한상대회 참석 한인회장들은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한국에 금의환향해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도 현행 소득세법이나 국세청의 입장으로 보면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동포를 한국 거주자로 간주해 과세하려 한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출국세의 도입은 어느 계층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목적으로 하여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병무청의 국적 이탈 병역회피자에 대한 중과세 발상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