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무산·대우증권 노조 예비입찰 참여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회계 및 법률 부문 자문사를 선정하고 인수전에 돌입하면서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증권 2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우증권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다음달 2일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로 한 데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돼 대우증권 인수전의 향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3일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법률자문에 법무법인 율촌, 회계자문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인수자문사는 따로 선정하지 않고 자체 인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문사 선정을 비롯해 인수 TFT를 구성하는 등 다음달 2일 실시될 대우증권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대형증권사간 합병으로 IB나 해외진출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앞서 KB금융도 자문사로 모건스탠리와 KB투자증권, 회계와 법률 부문 자문사로 삼정KPMG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각각 선정했다. 또 지난주부터는 인수 TFT를 본격 가동해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대우증권 노조, 예비입찰 참여 변수 될까?
대우증권의 노조도 우리사주조합 자격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재무적 투자자 접촉이 이뤄지지 않아 2일 예비입찰에는 단독 입찰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예비입찰 이후 전략적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자를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또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한 미래에셋증권과 잠재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하는데는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자용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인데 대우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자본금만 커질 뿐 합병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겹치는 사업이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의 경우 계열사인 KB투자증권이 규모가 작고 겹치는 사업이 없어 구조조정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증권 매각 불발로 대우증권 몸값 하락 가능성
현대증권 매각 무산도 대우증권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수전 참여자들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밀려나더라도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에는 가격이 가장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너무 가격이 비쌀 경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KB금융 역시 LIG손보(현 KB손보)의 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기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가인수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프리미엄을 제공할 경우 LIG손보와 마찬가지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매각 가격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증권 지분 43%의 시장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조원대 초·중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과 오릭스PE가 체결한 현대증권 매각가격은 6475억원으로 대우증권 매각 예상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이 현대증권의 3배는 넘어설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이 무리하게 대우증권에 올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나 미래에셋증권에게는 현대증권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가격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 만큼 현대증권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