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금융투자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KDB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조용하지만 재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M&A시장에선 KB금융이 인수 후보군 중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데다 자금력에서도 앞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관측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은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중국 자본 등 여러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KB금융은 이미 인수 자문사와 함께 회계 및 법률 부문 자문사 선정도 마치고 차근차근 준비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게다가 다음주 중 대우증권 인수 TFT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인수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우증권 인수 후보군 중 자금력이나 인수 명분 등에서 KB금융이 가장 유력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M&A추진을 선언했고 첫번째 과실로 올해 대형 손보사인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다.
KB금융은 은행부문의 수익이 90%에 이르는 등 은행 의존도가 심했다. KB손보의 인수로 보험 비중을 늘리면서 은행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과도한 편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에 목말라 하고 있다.
□ 증권부문 강화 및 시너지 위해 대우증권 인수 '절실'
그동안 KB금융은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위상에 비해 증권부문의 볼륨은 너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B투자증권은 상반기 자기자본 기준 업계 17위로 중소형 증권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은 KB손보의 100% 자회사인 LIG투자증권을 KB투자증권과 합병하지 않고 재매각을 선언했다. 작은 증권사를 합쳐서는 그룹 내 증권 비중을 눈에 띄게 늘릴 수도 없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의 밸류에 비해 KB투자증권의 규모가 너무 작다"며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는 물론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의 비중이 고른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이 채권 부문에 강점이 있고 대우증권이 브로커리지와 IB 부문에 강점이 있어 합병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고 인수의 잇점을 설명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지주 창립 7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제 우리의 목표는 모든 부문에서 1등 KB가 되는 것"이라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 부문 강화 필요성과 함께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1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대우증권은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 4조3049억원으로 업계 1위인 NH투자증권과 차이는 약 1900억원에 불과하다.
KB금융이 대우증권을 품에 안게 되면 비은행사업부문 강화로 은행 보험 증권 카드업종에서 모두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대우증권 인수 변수는 '자금 동원력'…승자의 저주 'NO'
대우증권 인수에 있어서 핵심 변수는 자금동원력이다.
대우증권을 인수하고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자금 동원력을 보여줘야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정책금융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것인 만큼 인수 명분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 가격은 증시에 형성된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2조원대 초·중반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우증권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1만2050원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 1조6928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인 5000억원을 더하면 2조원대 초·중반의 매각가격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가 부진에 빠져 증권사들의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인수전이 벌어지는 올해 말 대우증권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데다 인수 후보군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매각가격이 3조원까지도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과 같은 규모의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 동원력인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KB금융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이 못해 마냥 자금을 동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대우증권 직원들은 미래에셋보다 KB금융 선호
대우증권 직원들도 미래에셋증권보다는 KB금융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우증권이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면 많은 사업 분야가 겹치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서는 노조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는데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가 반발 할 수 있지만 KB금융에 인수되면 노조 관련 노이즈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다음달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12월 본입찰을 실시하고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대우증권의 새로운 주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