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쟁을 벌이듯, 초고층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고층 건축이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국내에서도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날로 진화하고 있는 초고층 건물은 이제 기술력과 부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초고층 기술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미국 뉴욕 맨해튼 옛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2014년 말 새롭게 문을 연 원월드트레이드센터에는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인 시카고 시어스 타워(443m)보다 10미터 가량 높아 세계 4위 높이의 초고층 건물로 올라있다. 8년 여의 공사로 세워진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철근, 유리 등 건축자재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실제와 똑같은 건물을 컴퓨터상에 만들어 보는 최신 기술인 3차원 설계기법을 활용했다.
또 고강도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모멘트 골조 방식을 같이 사용해 견고함을 높이고, 특수 방화자재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한편, 만일의 재난 상황에서 대피 이동 경로를 적절하게 설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아시아에 집중된 초고층 건물들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보다 높은 초고층은 모두 아시아에 밀집해 있다.
먼저 영화 미션임파셔블4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이 건물은 무려 163층, 828미터에 달하는 세계 1위의 매머드급 초고층 빌딩이다. 세계초고층학회 평가기준인 구조물, 사람이 사는 거주층, 건물지붕, 첨탑 등 4개 분야에 모두 최고를 기록하며 초고층 건축의 신화를 썼다.
최고층 기록이 두바이에 있다면 최다 기록은 중국이 갖고 있다. 2014년에 200미터 이상 건물이 전 세계적으로 총 97동이 완공 됐는데 그 중에 58동이 모두 중국에 세워졌다. 상하이는 그 중 가장 많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도시이다.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듯 11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상하이세계금융센터(101층, 492m), 호텔과 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복합빌딩 진마오 타워(88층, 421m), 여기에 최근 들어선 상하이 타워(121층, 632m)까지 합세해 중국의 경제발전을 과시하고 있다.
상하이 타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이 눈길을 끈다. 1층에 1도씩 휘어져 올라가는 건물 외벽을 타고 바람이 돌아나가면서 풍속이 낮아짐으로써 강한 바람에 의한 건물의 와류진동을 막아준다.
상하이타워 관계자는 “타워에 친환경기술이 많이 적용됐다. 건물 꼭대기 집수장치를 통해 빗물을 가정용수로 사용한다. 또 풍력과 지열에너지를 활용한다”며, “상하이타워는 친환경 기술이 융합된 지속가능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만 해도 상하이타워를 비롯해 200미터 이상 건물을 100동 이상 지을 예정이다. 초고층 건물이 가져올 미래가치 때문에 중국의 초고층 건물 건축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초고층 시대를 연다
세계의 관광도시들에 관광유발 효과가 큰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또 ‘도시 속 도시’라 불리는 초고층건물은 특히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를 가진 나라에서는 건축•도시•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양관광도시 부산도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서울보다도 많은 도시이다. 특히 2019년 11월 완공예정인 해운대 엘시티는 완공되면 부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초고층 랜드마크가 된다.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은 국내에서 200m 이상 초고층건물을 가장 많이 지은 건설회사이다. 또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한 SOM, 올해로 설립 130주년의 CM(건설관리) 전문회사인 PB, 국내 랜드마크 설계의 대표주자인 삼우설계 등 유수의 전문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엘시티 이광용본부장은, “부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사업 비전에 따라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최고의 글로벌 드림팀이 구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엘시티에는 건축, 구조, 기계, 전기 등 각 분야에 국제적으로 검증된 첨단 기술과 공법, 시스템이 적용된다.
먼저, 엘시티는 초고층빌딩이 지진, 태풍 등 외부 하중에 취약하다는 세간의 잘못된 선입견을 확실하게 불식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사실 초고층빌딩은 일반적인 고층빌딩보다 내진설계가 훨씬 철저하다고 한다. 엘시티도 지진 하중에 대해서는 재현주기 1,000년 최대 예상 지진도를 활용한 내진 설계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보다 내풍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진보다 바람에 의한 하중이 실제로는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시티는 재현주기 300년의 강한 태풍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내풍설계가 적용된다.
또, 역도선수가 허리에 두꺼운 벨트를 차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일정한 층 간격마다 건물의 한 층을 모두 고강도 콘크리트로 시공함으로써 벽체의 강성을 이용하는 아웃리거 벨트월(Outrigger Belt Wall) 공법을 적용한다. 지진/태풍과 같은 외부 하중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하여 건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건물 구조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Structural Health Monitoring System)도 구축된다.
아웃리거 벨트월 공법으로 만들어진 고강도 콘크리트 층은 만일의 재난 시 피난안전구역으로 활용된다. 엘시티의 경우, 랜드마크타워의 지상 20층, 48층, 76층, 97층, 주거타워 A동과 B동의 8층, 38층, 62층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일반 승강기와 별도로 갖춰지는 피난용 승강기를 통해 각 층의 입주민은 피난안전구역에서 지상으로 빠르게 대피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엘시티는, 3단 조닝(저/중/고층) 승강기를 통해 연돌효과를 최소화하고, 태풍/자외선/소음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커튼월을 적용하는 한편, 자동화재탐지 시스템, 제연설비, 스프링쿨러 설비 등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한다.
한편, 엘시티 이광용본부장은 “높은 에너지 비용은 이제껏 초고층 주거단지의 약점으로 알려져 왔으나, 엘시티는 다양한 에너지절감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전의 선입견을 불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