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재산이 있는데 자진신고는 어떻게 하고, 세금은 얼마나 감면되는 건가요?"
정부가 그동안 숨겼던 해외 소득이나 재산을 신고하고 관련 세금을 납부하면 과거 의무위반으로 발생한 가산세 등을 면제해주겠다는 '회유책'을 내놓자, 임시 범정부 기구로 출범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에 거액 자산가들의 신고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진신고기획단과 국세청에는 역외소득·재산의 세금 신고와 관련해서 신고대상을 비롯해 신고절차, 납부절차 등을 묻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정부가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한을 지난 10월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로 못 박고, 이를 어길 경우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하면서부터다.
더욱이 해외 금융·과세정보 교환이 확대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재산을 은닉했던 상당수의 재산가들이 이미 세금신고를 마무리 한 경우도 있었다.
김경희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은 "국내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진신고제'에 대한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세금 신고를 마친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납세의사만 밝히고 아직까지는 신고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간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단 한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자산가들이 세금 신고에 굼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과세당국의 역외탈세 추적 역량이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변칙적인 자금관리를 통해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조세회피 수법은 날로 갈수록 진화됐으나, 정보접근의 한계로 과세당국이 역외 세원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현미경 감시가 예고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미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비롯해 영국·홍콩 등 90여개 국가와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으로 해외 소재 금융기관들의 금융계좌 정보교환이 가능해져, 향후 국외소득이나 재산이 적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 것.
다만 정부는 외국과의 정보교환을 통한 본격적인 역외탈세 추적에 나서기 직전, 단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꺼내들었다.
내년 3월31일까지 미신고 해외소득 및 재산을 자신신고 할 경우 신고한 소득 또는 재산과 관련된 세법상 가산세와 과태료를 모두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도 모두 면제된다. 그동안 신고·납부한 납세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연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 가산세는 제외시켰다.
또한 신고의무 위반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조세포탈,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국외로의 재산도피 등 범죄에 대해 형법상 자수로 간주해 최대한 형사관용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여기에 해외계좌위반 등 명단공개도 면제해준다.
김 부단장은 "적발이 되면 본세 뿐 만 아니라 세법상 가산세 및 과태료,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가 부과되고, 탈세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된다"면서 "이번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도록 규정된 제도인 만큼 기회를 놓쳐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떤 소득이나 재산을 신고하나요?"
세법에 정해진 기한 내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나, '누가, 무엇을,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우선 우리나라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신고대상자이다. 신고대상 소득 및 재산은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이 끝나지 않은 소득과 재산으로, 법정신고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 신고한 소득과 재산이다.
다시 말해 소득이나 재산 구분에 따라 세금신고 대상 연도가 달라진다는 소리다. 가령 상속·증여로 얻은 재산이나, 국제거래가 수반되는 부정행위에 해당될 시 제척기간은 15년이다. 올해부터 자진신고제도가 운영됨에 따라 2014년 소득분부터 적용된다고 봤을 때, 1999년 발생한 미신고 소득까지 신고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자진신고 대상자는 납세지 관할 지방국세청에 자진신고서 등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미납한 세금과 지연 이자 성격의 가산세(1일 0.03%)를 납부해야 한다. 납부세액이 1억원을 초과했다면 신고기한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 납부세액의 30% 이하의 금액에 대해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만약 신고 대상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 내년 1월31일까지 사전 자격심사 요청을 통해 신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도 알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됐듯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신고한 소득 또는 재산과 관련된 세법상 가산세와 과태료가 모두 면제된다.
예를 들어 A씨가 2012년에 해외에서 수취한 사용료소득 10억원을 해외금융계좌에 은닉하고 신고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씨가 자진신고를 한다면 과소신고 가산세(2.2억×40%) 9000억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10억×4%×3년) 1억2000억원이 면제된다. 이에 A씨는 본세(10억×22%) 2억2000만원, 납부불성실 가산세(2.2억×10.95%×3년) 7000억원만 납부하면 된다. 바꿔 말해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각종 세금이 붙어 2억1000만원 가량의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1달 남겨두고 세금신고 몰릴 듯
자진신고 기한을 넘어서 신고할 경우 가산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해외 사례 등을 비추어 봤을 때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야 세금납부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등 15개 국가에서 자진신고제를 시행한 바 있다. 호주의 경우 자진신고 기한을 1달 남겨놓고 세금신고가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단장은 "그동안 신고하지 못했던 세금인 만큼 계산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무상담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호주 같은 경우도 자진신고기한 막판에 세금신고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상당수의 납세자들이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데, 외국으로부터 받는 자료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절대로 피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진신고에 따른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 부단장은 "개인정보 비밀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