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으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 새정치연합)
與, 野 '국회 보이콧'에 '단독 심의' 시사
野 "단독 심의 전례 없어…민생 외면 안 해" 이번 주 고비(?)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면서 그 후폭풍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부실심사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거세게 반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선언, 국회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이달 말(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짓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된다. 때문에 국회권한과 기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산안 심의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
이날 예결위는 비(非)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30분 만에 정회에 들어갔다. 이에 새누리당은 예산결산특위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단독 예산안 심사도 불사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 與 '예결위 정상화' 촉구, "野 복귀 안하면 단독 심의" 으름장 = 국회 예결특위 새누리당 의원들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결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야당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즉시 예결위에 복귀해야 한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예산심의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역사교과서 편향성은 지난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야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관련 예비비의 세부 집행에 관해서는 내년도 결산심사 때 그 적정성을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은 방기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엄중한 책무"라며 "민생과 직결된 내년도 나라살림은 정쟁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으며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1월30일 한정된 예결위 심의기간동안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라도 야당은 즉시 예결위를 정상화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본회의 자동부의로 인해서 예결위 한정된 시간 내에서 여야 간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야당이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관철시킬 장소는 장외가 결코 아니다"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예산) 졸속 심사라는 국민적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서 새누리당 위원들 중심으로라도 예결특위가 운영될 수 있게끔 예결위원장에게 간곡하게 촉구할 예정"이라며 '단독 예산안 심의'를 시사했다.
예결위원장인 같은 당 김재경 의원 역시 앞서 예결위 '공전'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되지 않으면 5일부터 여당 단독 예결위 진행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예산안 부실 심사 불가피…여야 모두 '부담' = 국정화 강행으로 인한 야당의 보이콧은 예산안 심사일정을 지연시키게 해 당초 예정된 감액증액 심사 기간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증액심사의 경우 각 지역구의 사업 예산과 맞물려 있어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여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지역예산은 지역구 의원들의 '능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여야 논의를 통해 정부 원안을 수정해야만 한다.
또한 예결위 파행으로 정부 원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부 사업으로 인한 후과(後果) 역시 국회 책임이기 때문에 예결위 파행은 좁게는 국회와 의원, 넓게는 국민들까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野 '예산안 심사-국정화 저지' 병행…예산안 심의 이번 주 고비(?) = 때문에 야당 역시 언제까지 국회 '보이콧'만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 고시 강행에 따른 저지투쟁과 함께 예산안 심의를 병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국정화 저지투쟁을) 끝까지 나가겠다. 지지 않겠다. 끝까지 이겨서 우리의 모습을 분명히 밝혀 호소하겠다"면서도 "민생도 외면하지 않겠다. 원내에서 지혜롭게 19대의 마지막 예산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당 예결위 관계자는 "예결위 파행을 불러온 건 정부의 국정화 강행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그동안 국정화 한다고 국론을 분열시켜 놓고 이제 (고시했으니) 조용히 하라는 건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해서 민생도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의 예결위 단독 심의 시사에 대해 "국회 역사에서 예산안 심의를 여당 단독이 한 전례가 없다. 무리하게 단독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은 교육부의 국정화 예비비 편성 관련 자료 제출거부 문제를 거듭 지적하고 있어 쉽게 예결위가 정상화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국정화 고시 강행 문제는 국민들 역시 비판여론이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까지 계속 이슈화할 문제"라며 "예산안 심의는 비(非)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만 공전이지 감액-증액 심사는 가능할 것이다. 이번 주가 고비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