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5일 2226명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며, 그동안 고액체납자에 대해 체납액이 모두 징수될 때까지 현장정보 수집 등 생활실태 확인 및 재산추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현장수색 집중기간을 운영하는 등 은닉된 체납자의 재산추적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등 137명을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은 이에 대한 성과로 1억원 이상을 체납한 이들에게 올해 3분기까지 2조3000억원을 현금으로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산을 숨겨가며 마땅히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고액체납자들. 국세청은 이날 명단 공개와 함께 고액상습 체납자가 어떤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있었는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재산 은닉 사례들을 소개했다.
□ 사례1. 가마솥 아궁이에 숨긴 현금 6억원
◆…가마솥 아궁이에서 발견된 체납자 서 모씨의 가방. 가방 안에는 6억원 가량의 현금이 숨겨져 있었다.
경북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서 모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경매로 넘겨 수 억원을 배당 받았으나 수차례 자금세탁 및 현금 인출을 통해 고액을 현금화해 은닉하는 수법으로 자금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었다.
국세청은 이에 은닉재산을 추적하던 중 서 모씨가 주민등록상 거주지에는 살지 않고 부인과 자녀 명의의 전원주택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내사 및 잠복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색을 격렬히 거부하며 국세청 직원과 대치한 서 모씨. 국세청은 결국 경찰 협조를 받아 수색을 진행해야만 했다. 이후 주택 내부와 외부를 샅샅이 살핀 결과 가마솥 아궁이에서 6억원(한화 5억원, 외화 1억원 상당)에 달하는 '돈뭉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서 모씨는 당초 체납액 9억원 가운데 아궁이에서 발견된 6억원을 납부, 체납액이 명단공개 대상 기준인 5억원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명단공개 대상에선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례2. 유령 외국법인을 만들어 호화주택 취득
◆…자금을 은닉하기 위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체납자 이 모씨는 이를 통해 구입한 서울 성북동 소재 고급 주택에서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 회사 대표 이 모씨는 세무조사를 통해 수 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 받았지만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된 국내 호화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모씨의 자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체납법인에서 자금이 유출된 사실을 발견했다. 돈은 고스란히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었고 여기서 세탁을 거친 돈으로 국내(서울 성북동)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모씨가 거주한 호화주택에는 고급 와인류 1200여 병, 명품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의 금장식, 외화(약 150만원 상당) 등이 발견됐으며 국세청은 이를 바로 압류 조치했다.
한편 이 모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는 추적 결과 재산은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모씨 가족명의의 '유령회사'로 확인되어 현재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이 제기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 사례3. 타인 명의의 미등록 사업장에 숨긴 고가 예술품
◆…체납자 김 모씨의 사업장에 은닉된 고가의 미술품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 모씨는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폐업 후 미술품들을 비밀장소에 은닉한 후 차명으로 다시 사업을 운영해 타인명의로 임차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우선 미행과 탐문을 통해 김 모씨가 살고 있는 집과 미술품이 은닉돼 있는 미등록 사업장의 위치 등을 확인, 이후 현장수색을 통해 김 모씨가 사업장 등에 은닉한 고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압류된 미술품 가운데 고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미행·잠복·탐문 등 끈질긴 추적을 통해 비밀 장소를 찾아낸 사례로,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체납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전했다.
□ 사례4.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에 숨긴 현금
◆…현금결제 유도를 통해 재산을 은닉한 A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에는 4개의 금고가 발견됐으며 캐디 사물함, 책상서랍 등에도 분산 보관 중이던 현금 수 억원이 발견됐다.
A골프장은 그린피를 현금 위주로 받아 매출을 속이는 방법으로 체납 처분을 회피해오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주주간의 이권 다툼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A골프장은 고액체납이 발생하자 카드매출 압류를 피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해 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국세청은 이렇게 받은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 금고에 보관, 운영비로 지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세청은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토·일요일 후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월요일 업무시작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급습, 현장수색을 실시했다.
사무실에는 4개의 금고가 발견됐으며 캐디 사물함, 책상서랍 등에도 분산 보관 중이던 현금 수 억원이 발견돼 체납 세금을 현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었다.
□ 사례 5. 지인 명의를 빌려 부동산 매매대금을 은닉
조 모씨는 서울 강남 소재 숙박업소 건물을 매각하고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 수 십억원을 체납했다.
양도대금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자신의 아들의 채무를 상황하고 남은 대금은 조 모씨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한 매수인에게 지급된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
조 모씨는 매수인의 명의를 빌려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자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은닉했던 것이다.
국세청은 조 모씨가 매수인에게 지급한 주택취급자금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화 청구소송을 제기해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었다.
□ 사례 6. 허위근저당권 설정으로 재산은닉
윤 모씨는 '제2차 납세의무자'로 자신이 과점주주로 있던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을 것을 사전에 눈치 채고, 본인 소유의 부동산(3건)을 친인척 3인(형, 누나, 형수)의 명의로 각각 허위근저당을 설정했다. 친인척 3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체납처분을 회피했던 것.
국세청은 윤 모씨에 대한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해 허위근저당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친인척 등 관련인들에 대한 범칙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윤 모씨는 허위근저당임을 시인하고 회피하려 했던 체납액 수 십억원 전액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