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YTN화면 갈무리)
현철씨 끝내 '오열'…朴 대통령 영결식 불참, 운구만 '배웅'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뜰에서 엄수됐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이날 제법 굵은 눈발이 흩날린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숙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은 행사장 앞쪽에 자리했고,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 김수한 "YS,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 울먹 =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인 김수한(87)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섬겨 오신, 진정한 문민 정치가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일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고비를 꼭 이겨내시고 반드시 회복하시리라 믿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영영 저희 곁을 떠나시고 말았다"며 "그렇게 사랑하던 조국, 그렇게 사랑하던 국민, 그렇게 사랑하던 동지들을 남겨놓고 이렇게 홀연히 가셨나"고 울먹였다.
김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 실로 대통령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거짓과 위계, 음해와 사술을 배격하고 한결같이 '대도무문'의 정도를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의 앞에 단호한 대통령이었지만, 이웃들에게는, 동지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지난 5일간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화로 소탈하고 가식 없었던 대통령의 따뜻한 면모를 새삼 추억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닷새의 장례기간 빈소를 지키면서 금방이라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문객 사이에 끼어 앉아 격의 없는 대화를 함께 나누시는 대통령의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해 보기도 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 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인데요"하는 대통령의 음성이 바로 들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하며 거듭 눈물을 삼켰다.
그는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말씀드린다.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은 김 전 의장의 추도사 낭독을 들으면서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 울음 참던 현철씨, 아버지 영상보자 '오열' = 이날 영결식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김 전 대통령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사, 김 전 의장의 추도사 낭독, 4대 종단의 종교의식, 김 전 대통령 생전 영상과 헌화·분향, 안장식 순으로 진행됐다.
차남 현철씨는 추도사 낭독 때 울음을 참다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흘러나올 때 끝내 오열했다. 분향 후에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외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씨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여야 의원들,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도 자리했다. 참석 인사는 정부 측 장례위원 2222명을 비롯해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80여명, 유가족 관련 인사 100여명, 각계인사 7900명 등 총 1만여명 규모다.
□ 첫 국가장 현직 朴대통령 '불참' 오점…'YS악연' 지적 = 한편, 국장과 국민장을 합쳐 첫 국가장으로 열리는 이날 영결식에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은 감기 등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신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빈소를 찾아 영결식으로 향하는 운구를 배웅하고 마지막 애도의 뜻을 표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7박10일간의 다자회의 해외순방 등 과로로 인한 감기가 심해져 국회의사당 본관 앞뜰에서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영결식에 참석할 경우, 향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대통령) 주치의는 (박 대통령이)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해외순방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장기간 외부 공기 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상의 문제라 해도 첫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국가적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싸우며 의원제명까지 당했고 그 딸인 박 대통령에게는 "독재자의 딸", "칠푼이" 등 서슴없이 비판을 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가장례식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영결식 불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영결식 전 운구 배웅에 직접 나간 것을 영결식 '부분 참석'으로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