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뒤에 숨어버린 '19대 국회'…국민 뜻 외면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비롯해 의원입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정부와 국회가 '성역(聖域)'으로 여겨졌던 종교인 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과세권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연신 내비쳤지만, 결국 종교계 입김 등의 영향으로 또 다시 '과세 유예카드'를 쓰고 말았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이날 조세소위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정부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방향을 놓고 법제화 추진에 여야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지난해 종교소득을 신설하는 내용의 과제 제도를 도입하는 법개정을 추진했으나, 일부 개신교 종파의 강한 반대와 소극적인 정치권의 대응으로 끝내 실패했다.

그동안 걷지 않은 세금을 걷는 만큼 필요경비 인정 등 세정상의 배려도 눈에 띈다.

종교소득 세율은 근로소득세와 마찬가지로 6~38%가 적용되지만 공제율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실제 정부안은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면 필요경비가 80%, 4000만∼8000만원이면 60%가 인정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8000만원∼1억5000만원은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다. 종교인의 소득이 높을수록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부분이 줄어든 만큼, 고소득 종교인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누진구조다.

원천징수 여부는 종교단체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자진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소득세와 같이 가산세가 부과된다. 

특히 종교계가 가장 우려했던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완화했다.

개정안은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 시 종교인 소득에 대해서는 종교단체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에서 종교인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만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소득'으로 규정했다.

정부·국회 "2년 뒤 세금 걷겠습니다"

그러나 과세시기가 뒤로 밀렸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성과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종교인 과세안을 놓고 조세소위의 세법 논의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과세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과세 시행일을 2018년 1월1일로 2년 유예 시키는 방향에 합의하게 된 것.

사실 종교인 과세안은 가만히 놔두더라도 내년부터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세금(필요경비 80% 인정)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해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더라도 시행령에 근거해 내년부터 종교인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될 예정이었다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유예시기를 2년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교인 과세 시행 결정권을 차기 국회(20대 국회), 나아가 차기 정권으로 넘겼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가 결국 종교인 과세 시행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다. 

종교인 과세 추진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살짝 피하면서 '명분'만 쌓은, 전형적인 '정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 설문 조사 기관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 본 결과, 국민 10명 7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국민 절대다수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인 국회는 국민을 외면한 모양새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과세)시행일을 유예한다고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했으나, 재차 과세시기가 임박해졌을 때 또 다시 바뀔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근로소득자(자영업자)와의 과세형평성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경비율을 수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종교계 역시 근로소득자와 유사한 세부담을 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교계가 근로소득자와 유사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법제화가 완료된 이후, 내년 시행령을 작업할 때 필요경비율을 낮출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