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에 걸친 면세점 특허전쟁이 막을 내렸다. 기존사업자와 신규사업자 간에 희비가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새로 바뀐 면세점 특허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었다.
2013년 면세점 특허제도가 기존 사업자의 독점과 과도한 이익부여, 중소기업체의 진출봉쇄 등을 이유로 특허기간의 단축과 종소업체 진출의 길을 보장하면서 종전의 특허갱신에 관한 문구를 삭제하였다. 특허는 행정관청이 사업자에게 일반에 금지된 특정 사업에 대하여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는 허가보다 당연히 까다롭고 감독관청의 재량과 권한이 크고 그 대가로 수수료도 징수된다. 두 번의 특허전쟁으로 3개 업체가 신규로 특허권을 얻었고, 기존 2개 업체는 탈락하여 특허기간만료로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특허권 부여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관세청이 초긴장 상태에서 밤샘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벌급 기업들이 울고 웃는 진풍경을 벌였다.
그러나 면세점 특허는 일선 세관장의 권한일 뿐이다. 2013년 특허제도의 개선 명목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 특허갱신폐지는 의원입법으로 밀어 붙인 것으로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결국 예상된 혼란을 겪고서야 다시 재개정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심한 입법과 행정이다. 특허전쟁에서 재벌급 기업들이 총수까지 나서 사활을 걸다 시피하고 싸웠다.
정보누설 파문도 가세하여 주가가 춤을 추었다. 결국 소모적인 특허전쟁이 되어버렸고,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 업체 직원의 실직과 떨이판매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면세점을 대폭 늘리는 것이 옳은지 소수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국가의 경쟁력, 관세행정의 실효성 유지, 과당경쟁 방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고 이는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이번 특허파동의 원인은 잘못되고 편향된 졸속입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수의 국회의원이 입법을 좌우할 수 있는 우리의 낙후된 입법 시스템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데도 국회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 개정법에서는 정작 특허수수료의 인상은 빠져 있다.
면세점 특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 그 알은 적정 수준 이상은 특허수수료를 올리거나 부담금 형태로 환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생결단의 경쟁을 막을 도리가 없다.
이번 특허심사에서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가 기준으로 하나로 등장하였을 뿐이다. 지극히 비법적인 발상이다.
또 하나는 면세특허 부여의 기준이다. 종전 방식으로 환원이 논의되는 마당이지만 개정방식은 5년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특허심사를 받는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의 기여나 면세점의 노하우나 국제경쟁력은 특별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전의 업력과 경험, 거래선과의 유대, 직원의 일자리 등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경제의 민주화 명분도 좋지만 이러한 가치를 무시하여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역에서는 정치의 경제화도 필요한 것이다. 제로베이스식 개혁의 문제점은 우리가 이미 로스쿨 도입과정에서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로스쿨 인가기준을 시설과 교수확보율로 내걸어 전국 40여 대학이 수백억을 투자하여 시설을 확충하고 교수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과거 사시합격자 배출 수라는 기준을 심사에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강의실과 교수만 있으면 되는 로스쿨이 무모한 시설투자와 과도한 교수확보 요건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돈스쿨로 불리우고 있다. 오늘의 로스쿨 문제는 이와 같이 법조인의 배출문제를 개혁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변혁적인 방법으로 시도한 입법자와 행정당국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제도의 개선을 명목으로 종래 제도를 개악하고 사회적 비용과 갈등만을 조장하는 결과를 용인하여서는 안 된다.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면세점 특허제도는 전문기관의 연구를 거쳐 새로운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