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국세 누적 세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3년 연속 '세수펑크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까지 합치면 누적 세수는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적으로 올해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 목표치인 206조원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세청 개청 50년 역사에 첫 내국세 세입 200조원 돌파, 그리고 4년만에 세입 목표 달성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관세 세입 규모는 수출 경기 부진, FTA 확대 등의 원인으로 전년 8조7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해보면 국세(내국세+관세)수입이 올해 추경 기준 세입예산인 215조7000억을 넘어서기 위해선 내국세에서 최소 207조원 이상이 걷혀야 세수 결손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재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추경 기준 세입예산 215조70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혹시나 1조원 정도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사업을 수행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4조원 정도 세수가 부족하면 세출을 줄이지만 통상적으로 1~2조원 정도는 더 들어왔든 덜 들어왔든 불용처리된다"고 설명했다.
□ "3년의 아픔…올해는 '장밋빛'" = 지난해 세수 결손액은 무려 10조9000억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규모. 지난해엔 올해처럼 추경을 편성하지는 않았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큰 액수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2012년 2조7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은 매년 수 조원의 추가세수를 만들어내겠다고 단단히 공약한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매우 뼈아프게 다가왔다.
올해 역시 세수 결손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상반기까지 나타난 세수진도비와 추경 편성 등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지난해보단 나은 상황이었지만 올해 역시 세수 결손은 기정사실화 됐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2015년 본예산의 세입예산 221조1000억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추경으로 세입결손보전금 5조40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세입결손보전은 세수 결손이 생기는 부분을 새로 국채를 발행해 메우겠다는 의미. 이로 인해 국세 세입예산 규모는 221조1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을 뺀 215조7000억원이 됐다.
세수진도율을 살펴보면, 올해 1월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다. 1월 세수는 2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4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실적인 세수진도율은 11.6%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았다.
2월 누적 국세수입은 31조7000억원으로 세수 진도율은 14.3%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누적 진도율과 같은 수치였다.
3월부터 지난해 진도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3월 누적 국세 수입은 50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까지 세수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진도율도 22.7%로 지난해보다 0.2%p 높았다.
4월까지 국세수입은 7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세수진도율 역시 35.6%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p 늘었다.
5월 누적 국세수입은 93조7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7조8000억원)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5월 말(40.5%)보다 1.8%p 상승한 42.4%가 됐다.
1~6월 국세수입은 106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8조4000억원)보다 8조2000억원 늘었다. 세수진도율은 전년보다 4.0%p 상승한 49.4%. 지난해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7월 누적 국세수입은 135조3000억원으로 작년 동기(124조4천억원)보다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세수진도율은 작년 같은기간 보다 5.2%p 상승한 62.7%가 됐다.
8월까지 국세수입은 151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36조6000억원)보다 15조원 많았다. 이에 따라 세수진도율은 작년 8월 말보다 7.2%포인트 상승한 70.3%가 됐다.
9월 누적 국세수입은 166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2조6000억원)보다 14조원 많았다. 세수진도율은 작년 9월 말보다 6.7%포인트 상승한 77.2%가 됐다.
여기까지가 기재부가 월간 재정동향을 통해 밝힌 올해 누적 세수 상황이다.
기재부나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국회 예산정책처도 올해 세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6년 세입예산안 분석 및 중기 총수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예정처는 올해 국세가 세입예산보다 2조원 많은 217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수 '대반전'…원동력은? =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세금은 195조7000억원이었다. 기재부와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최종 내국세 세수는 207조억원 이상, 예정처의 예측결과에 따르면 209조원이 넘는다.
지난해보다 11조3000억원~13조4000억원 가량 내국세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더 걷힌 영향이 컸다.
이와 함께 올해 담뱃세 인상도 한 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걷힌 소득세(44조1000억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조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주택 거래가 늘어 양도소득세가 증가하고 종합소득세도 호조를 보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와 자영업자 성실 신고 독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는 법인 신고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9000억원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적극적인 긴축을 통해 이익을 다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와 증권거래세 등이 포함된 기타 세수(21조5000억원)는 담뱃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3조6000억원 늘었다. 부가가치세(39조8000억원)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 가량 줄었을 뿐이다.
한편 국세청 안팎에선 국세청이 신고 사전 안내와 성실납세자 지원을 강화하고, 일선 세무서의 징수체계를 합리화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국세청은 사후검증보다 사전 성실신고 안내에 무게를 두고 안내 내용도 구체적으로 개선했다"며 "이 같은 징수체계의 개선이 경제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