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국회장 영결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왼쪽)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연말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를 상대로 거듭 조율에 나서고 있지만 여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연내처리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여야 대표를 전날(17일)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불러 만찬 회동을 갖고 논의에 나섰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간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선거구 획정안를 비롯해 정부여당이 재촉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테러방지법 제정안, 노동관계 5법 등의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야당을 상대로 한 쟁점법안 '타협'에 집중하기보다 정 의장을 향한 쟁점법안 직권상정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어 여야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재차 경제위기를 경고하며 경제활성화-노동 관련 법안 처리를 야당에 호소하면서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안 처리 안되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이는 중산층 몰락·가정 붕괴 등 사회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국회 계류된 노동개혁·경제활성화법은 위기 막는 필수 법안들이다. 야당에게 간절히 (처리를) 호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어떤 정당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는 법안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찬성하는 모두를 위한 법안이다"며 "특히 중장년일자리법인 파견법 개정안은 참여정부 당시 더 파격적인 파견확대를 추진하고는 돌변해 '묻지마'식 반대만 한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거듭 "입법기능이 상실된 지금 정치적 중립인 국회 수장이 국회 비상사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의장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시사한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의장의 일방적 직권상정안이 본회의 통과할 리 없다. 부결 시 더 큰 혼란이 생긴다"고 '반대' 표결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쟁점법안이 '반(反)민생법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직권상정 압박에 대해서도 "오히려 경제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압박을 가하는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박근혜 정권의 무책임과 적반하장이 도를 넘고 있다"며 "경제를 이처럼 못하는 정권을 이전에 보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문 대표는 "그런데도 야당 탓, 국회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더니 이제는 자당 출신의 국회의장마저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의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근혜 정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법적 발상으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국회 입법권 침해와 삼권분립 훼손을 넘어 유신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신(新)독재"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부화뇌동해 지금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긴급재정경제명령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 망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압박했다.
이는 의장의 직권상정의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대내외 경제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말로만 민생법안이지 실제로는 민생을 파괴하는 반(反)민생법안"이라며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이 무슨 민생법안이냐"고 힐난했다.
그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의료민영화법과 재벌특혜법을 말하며 경제를 살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정부여당에 촉구한다. 대중소기업개혁 갑을개혁, 전월세피크제, 노동개혁 등 4대 민생개혁안을 수용하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전날 만찬회동에 이어 오는 20일 오후 3시 '2+2' 회동을 갖기로 해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