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안대희-오세훈에 '험지출마'…친박 "먼저 솔선수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여야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자, 총선 체제를 둘러싼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명망가들의 '험지출마'를 내세우며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 이들에게 새누리당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 지역이 아닌 수도권 중에서도 야당 강세 지역으로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이에 대구-경북(TK지역)에 이른바 친박계의 '진실한 사람' 심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친박계가 김 대표부터 험지출마를 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험지출마를 권유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고 김 대표가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 전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번 총선에서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달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정세균(현 종로구 국회의원)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는 종로지역을 포함해 계속 논의를 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종로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오 전 시장은 “종로 지역이 험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종로가 험지가 아니라고 보는 데에 이견을 가지고 있다. 저도 당(黨)도 종로가 우리 당에 유리한 지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들이 서로 맞붙는 것을 피하고 다른 지역을 생각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는 앞서 종로 3선을 지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역시 출마를 선언하고 뛰고 있어 당내의 불필요한 경쟁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어느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험지 출마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교통정리 하는 차원에서 적합한 적지를 잘 골라보도록 하겠다"며 "하지만 다른 지역에 가도 어드벤티지(이점)는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략공천은 없다"고 했다. "단수추천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22일) 부산 해운대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나 수도권 험지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 안 전 대법관 역시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명명가 험지출마 권유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다른 명망가를 연이어 만날 계획인가에 대해 김 대표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출신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호남 출마 권유도 예상되고 있다. 김 대표는 험지출마론에 대해 "본인들의 의사가 어디까지나 제일 중요하다.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며 "명망가를 보내면 우리가 당선될 수 있는 지역에 보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의 '험지출마론'에 친박계는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는 "전략공천, 단수공천은 없다"고 공언하는 김 대표가 당의 혜택을 받아왔거나 이름이 알려진 이들에게 험지출마를 권유하는 것이 친박계의 'TK 물갈이'를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TK지역은 청와대 출신 참모진들이 대거 내려와 '박근혜 사람=진실한 사람'임을 앞세우며 당내 현역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험지출마하라고 남들 등을 떠밀 게 아니라 본인이 험지출마를 할 준비가 돼 있을 때 '나를 희생하고 내던지고 있으니까 당신들도 이렇게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김 대표를 겨냥했다.
◈ 새정치, 중진-수도권 의원 조기선대위 제안…사실상 文 2선 후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예고되자, 당 내홍을 수습을 위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시사했다.
당 중진 의원은 물론 야당 분열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권 의원들이 조기 선대위 구성을 제안해 문 대표가 일단 수용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당내 공론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선대위 구성은 사실상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의미한다. 선대위가 구성되면 총선 권한을 모두 맡기고 문 대표는 당무와 인재영입에 집중하는 방안이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현 당내 상황의 타개책으로 조기선대위 구성을 당 소속 의원들 전체에게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당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시키고 공정한 공천 관리와 총선 승리를 위해 20대 총선에 관한 모든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는 일상적인 당무만 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의원모임도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4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수도권 의원모임은 입장문에서 ▲중진모임의 조기 선대위 구성 제안 전적 동의 ▲12월 중 선대위 구성 및 모든 권한 위임 ▲혁신과 통합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공정한 선대위 구성 ▲선대위 구성 후, 당 대표의 일상적 당무와 야권 연대, 통합을 위한 헌신 등을 요청했다.
이날 입장문은 수도권 모임 제안자인 김상희, 김영주, 김현미, 민병두, 박홍근, 백재현, 신경민, 오영식, 우상호, 우원식, 윤관석, 조정식 의원 명의로 발표됐다.
다만 구당모임과 민집모 등 당내 비주류 모임들이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