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淸廉)', 국세청의 화두가 되다

"전문성과 청렴성은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이 아닌 '국세행정의 주인은 나'라는 신념을 가질 때 확고히 갖춰진다" -김재웅 서울지방국세청장

"청렴은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므로 관리자가 솔선수범하고 직원모두가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심달훈 중부지방국세청장

"내년은 깨끗하고 당당한 국세청의 위상을 정립하는 청렴세정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청렴성이 새해 최고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최현민 부산지방국세청장

"그동안 국세청은 어느 기관보다도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어 왔습니다만, 일부 불미스런 일로 인해 힘들게 쌓아온 신뢰에 금이 가기도 했습니다" -서진욱 대구지방국세청장

"최근 청렴성에서 일탈한 행위 등이 드러나 자신의 명예와 자금심를 훼손한 사례가 나왔다. 앞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한동연 광주지방국세청장

지난 30일 6명의 신임 지방국세청장(서울·중부·부산·대전·대구·광주)이 일제히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 가운데, 지방청장들이 취임사를 통해 '청렴'을 유독 강조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공무원, 특히 청렴에 대한 요구가 높은 국세공무원에게 청렴이란 단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부터 "국세청의 위기는 항상 고위직으로부터 왔다. 저부터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만남을 갖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고위직들의 청렴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지난 29일) 진행된 부이사관 및 세무관서장 98명에 대한 임용장 수여식에서도 임 국세청장은 "내년도 국세청 캐치프레이즈는 '준법·청렴 세정'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임 국세청장은 실제 취임과 동시에 과거의 고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한편 비리행위에 대한 사전예방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감찰담당관실' 명칭을 '청렴세정담당관실'로 변경해 청렴문화 확산에 강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또 고위관리자 및 조사분야 등 비위 개연성이 높은 직원들에 대한 감찰강화를 위해 기동감찰반을 운영하는 등 직원의 청렴성 제고 등 부조리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강도 높은 자정 노력 및 비리 근절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직원들이 연루된 크고작은 비리는 말그대로, '위아래'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세무조사를 미끼로 중고차 매매단지 부동산 소유권 분쟁을 해결해주겠다며 12억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한 혐의로 붙들린 서기관급 간부가 있는가 하면, 한 지방청의 국장은 세무조사를 받던 업체 대표로부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연초에는 서기관급 간부 2명의 성접대 의혹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8급 직원이 수 십개의 유령회사를 세운 후 세금을 부정환급받는 수법으로 나랏돈 100억원을 편취한 사건이 터져 국민은 물론 국세청 내부에서도 충격과 경악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런 저런 사건사고로 인해 손상된 대국민 기관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청렴성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내년 9월 '김영란법'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타이밍은그 어느 때보다 청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시기다. 

임 국세청장이 청렴과 준법을 내년도 국세행정 운영의 캐치프레이즈로 정한 점, 새로운 지방청장들이 취임사를 통해 일제히 청렴을 강조한 부분 등은 연말연초 고삐를 바짝 죄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국세청 최고의 화두로 청렴을 일제히 꼽은 지방국세청장들의 말처럼 청렴세정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국세청이 앞으로 청렴을 위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국세청의 '청렴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