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부동산 거래 시점이 너무 오래되어 취득가액을 알 수 없을 감정가액은 엄격한 요건하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한 감정가액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 법원은 "납세자가 양도소득세 신고의 근거로 삼은 1개의 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한 평가액이 신빙성 있는 감정가액"이라며 납세자 승소 판결했지만 상고심인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법 행정1부) 판단이 전제가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최근 J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J씨가 신고한 감정가액은 세법에서 정한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것'에 해당하지 않아,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대체할 수 있는 감정가액에 해당할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당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J씨는 2001년 7월 김포시에 있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부동산)을 사들여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김포시는 지난 2011년 12월 J씨로부터 이 부동산(토지 및 건물)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J씨는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부동산 취득 당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으며 시행한 감정평가기관의 감정평가액에 근거해 취득가액을 계산하고, 김포시의 수용가격을 양도가액으로 해 양도차익을 계산한 다음 양도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1개의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액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득세법상 환산 방법에 따른 환산가액을 취득가액으로 계산해 양도세를 부과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비록 소득세법이 실지거래가액을 대체하는 감정가액을 2개 이상 감정평가법인의 감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일정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그 감정 결과의 공정성·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판시했다.
1심은 "D감정평가법인이 J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려는 H은행의 의뢰로 부동산 감정평가를 하면서 근접한 비교 공시지가 표준지를 선정한 후 위치, 형상, 환경 등 여러요인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감정평가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J씨가 금융기관의 담보부 대출을 목적으로 감정평가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감정평가액이 부동산 취득일 전후 3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신빙성 있는 감정가액이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1심은 따라서 "이를 적용해 취득가액을 산정함이 타당함에도 과세당국이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환산가액을 달리 산정해 양도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 역시 1심이 정당하다며 과세당국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상고심인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J씨의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본래의 실지거래가액이 아닌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환산가액에 의해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대체하도록 한 소득세법 등은 그 적용 순서뿐만 아니라 실지거래가액을 대체할 수 있는 가액의 유형도 그 요건을 정해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1개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가액은 소득세법에서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정한 감정가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서울고법 행정1부)은 D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가액이 소득세법 규정에서 정한 '감정가액'에 해당한다고 잘못 전제한 다음, 과세당국의 환산가액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감정가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행정3부는 결국 대법원의 취지대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J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누618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