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가산세 부과 '위법'

▲과세 불확실한 상황, 납부불성실 가산세 부과는 위법

과세실무에서 세법 해석상 의문점 때문에 견해 대립이 있는 등 납세자에게 신고 납부의무를 기대하기 힘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고법의 판결이 나왔다.

A씨는 B사의 주식을 2007년 3월과 4월에 C펀드와 D펀드에 각 양도하고, 과세당국에 2007년 귀속 양도세를 확정 신고하면서 그 납부기한을 2008년 11월30일까지 연장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2008년 9월 양도계약이 취소됐다며 양도소득세 경정청구를 했고, 세무당국은 이 경정청구를 받아들여 2008년 11월10일 A씨에 대해 양도세 과세제외결정을 했다.

그 후 감사원의 감사결과 A씨가 C,D펀드에 양도한 주식은 계약이 취소 또는 해제된 것이 아니라 A씨가 주식을 재매입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자 과세당국은 A씨에게 양도세(본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함께 부과했다. 

이에 대해 1심은 본세인 양도세는 적법하지만, 가산세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1심은 과세당국이 A씨에게 양도세 납부기한을 2008년 11월30일까지 유예해 주었다가 납부기한 전인 2008년 11월10일 과세제외결정을 했으며, 그 후 납세자에게 다시 양도세를 부과하면서 본세(양도세) 외에 납부불성실가산세를 함께 부과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2심인 서울고법 행정1부는 본세에 대해서도 위법하다며 "A씨가 C,D펀드와 주식 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당기순손실이 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것을 조건으로 했었다"며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A씨가 주식을 다시 매수함으로써 주식양수도계약의 효력이 소멸됐으며, 따라서 과세요건인 주식양도 자체가 없어졌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에게 주식이 환매된 것은 당초 매매계약과 별개의 매매에 해당하므로 양도세 과세요건인 당초 매매계약이 소멸된다거나 그에 따른 주식의 양도가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서울고법 행정1부)의 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결해 사건을 다시 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과세실무상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주식을 재매입한다는 환매요청의 권리에 대해 선례가 확립돼 있지 않고, A씨는 이를 주식양수도계약의 해제로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고 밝혔다.

고법은 따라서 "A씨로서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오해를 넘어 세법의 해석상 의문나는 점으로 인한 견해의 대립이 있는 등 양도세 신고 납부 의무를 알지 못한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어 그 이행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라며 "A씨에게 가산세를 내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환송심인 고법 재판부는 대법원의 취지대로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본세 부분은 적법, 가산세 부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참고 판례 : 2015누1764]

▲대출 편의 위해 명의 빌려줬을 뿐, 제2차 납세의무 없어

지인 회사의 대출 편의를 위해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을 뿐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차명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C씨는 지인의 회사인 K사가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연대보증이 필요했고, 자신이 대학교 연구교수로 기술력이 있어서 자신이 K사의 최대주주로 돼 있으면 대출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어 최대주주로 등재한 것일 뿐 회사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최근 "C씨을 K사의 과점주주로 이 회사의 체납세액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며 C씨에게 부과된 과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C씨가 지난 2012년 및 2013년 사업연도 말 현재 K사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재돼 있지만, 실제 K사를 소유 및 운영하는 H씨의 요청에 따라 차명주주로 등재돼 있을 뿐, 회사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배당을 받거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참고 판례 : 2014구합74626]

▲세금은 순진한 납세자에게 관용 베풀지 않는다

D사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는 음식점 사장 A씨는 세금계산서에 공급자가 S사로 기재돼 있어, D사 직원에게 그 경위를 확인해보니 "S사는 D사의 협력업체로서 S사가 공급자로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받아도 상관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공급자가 S사로 돼 있는 8700만원 상당의 매입세금계산서를 교부받고, 각 과세기간별로 해당 매입세액을 공제해 부가가치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A씨가 매입세액을 공제한 세금계산서는 실제 공급자가 S사가 아니라 D사이므로 이는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을 사실과 달리 기재한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매입세액 공제를 부인하고 세액을 다시 산출해 과세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실제 거래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공급주체가 세금계산서 발행명의자와 다른 세금계산서도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S사와 D사가 별개의 회사임을 알면서도 D사 직원이 실제 운영자가 동일하다는 설명을 듣고서 세금계산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는 세금계산서 수취 당시 A씨와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는 S사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교부받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명의위장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이상 A씨의 무과실 주장은 이유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구합61559]

▲ 최소한의 확인절차 거치지 않았다면, '과실'에 해당

수퍼마켓 운영자가 세금계산서상 공급자가 실제 공급자와 같은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탓에 사실과 다른 세급계산서를 발급받게 됐다면 이는 과실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A씨는 2010년 제1기부터 2012년 제2기까지의 부가가치세 과세기간 동안에 B씨로부터 공급자가 W사로 된 매입세금계산서 30매를 발급받아 해당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해 부가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의 유통과정 추적조사 결과 A씨에게 실제 주류 등을 납품한 공급자는 W사가 아닌 M사로 밝혀졌다. 이에 당국은 A씨가 신고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는 이유로 부가세를 경정 고지했다.

A씨는 "세금계산서상의 주류 등을 정상가격에 매입해 부가세를 포함한 대금 전액을 완납했으며, 추가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고, B씨가 교부한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가 실제와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과세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A씨는 B씨가 M사의 운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거래명세표에도 공급자가 M사로 기재돼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세금계산서상 공급자가 실제 공급자와 동일한지에 관해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탓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게 된 것이므로, A씨의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A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구합6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