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집행부 예산유용 논란, 회는 묵묵부답
감사 지적 불구, 처리 미지근…귀추 주목
지난해 하반기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방어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냈던 한국세무사회(회장 : 백운찬)가 이번엔 '집안일'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발단은 세무사회 모 감사가 작성한 한 문건이 최근 세무사 업계에 퍼지면서다.
문건은 지난해 4,5,6월 세무사회 회무 전반에 대해 실시한 중간감사보고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임 집행부의 부적절한 예산지출을 지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세무사회원들이 모아준 회비를 제멋대로 썼다는 것이 골자다.
문건은 우선 세무사회 국제교류비 예산 중 AOTCA(아시아·오세아니아 세무사 협회) 서울사무국 지원 예산 수천만원이 총회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구정 전 회장의 지시로 당시 AOTCA 수석부회장이자 서울사무국 대표를 역임하고 있던 정 전 회장 개인계좌로 입금됐다고 지적했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대해 "AOTCA 서울사무국은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AOTCA 서울사무국'이라는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서 세무사회에서 관리한다"며 "AOTCA 서울사무국은 전임 회장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그렇게 예산을 관리해오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무사 업계 관계자들은 세무사회가 행사 비용, 여비, 숙박비 등으로 직접 지출해야 할 공금이 명의가 누구이든 개인명의 계좌로 들어간 것은 엄연히 잘못된 것이며, AOTCA 예산이 회에서 책정되기도 전 정 전 회장의 지시로 회장 임기만료 직전 개인계좌로 입금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돈을 사용했든 안했든 횡령으로 보기에 충분하며, 아마추어도 아닌 세무회계 전문자격사 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또한 문건은 지난해 세무사회에서 '기자간담회비' 명목으로 지출된 900만원 가량의 금액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세무사회에서는 기자간담회비 명목으로 와인구입비 240만원, 제주도 모 호텔비로 669만원이 지출됐는데 이들 모두 정 전 회장이 세무사회 신용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자간담회는 단 1회만 열렸고, 위의 지출과는 전혀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열리지도 않은 기자간담회비 명목으로 엉뚱한 곳에 돈이 쓰였다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제주도 호텔에서 하기로 한 기자간담회는 취소돼 지출돼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와인을 구입해 기자들에게 나눠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 집행부의 편파적인 홍보비 지출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보비를 지출할 경우 해당 언론사의 독자수, 인지도, 인프라, 오프라인 신문발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홍보비를 상임이사회 심의도 없이 광고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정 전 회장 임의로 친 정구정 논조를 펴 온 모 기자에게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모 감사는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 "보고서는 세무사회에 제출했으니 회에 확인 바란다"며 답변을 피했다.
세무사 업계 관계자 및 세무사회원들은 전 집행부의 공금유용 및 횡령 의혹에 대해 세무사회 측의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백운찬 회장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에게 공개되는 정식감사보고서가 아닌 중간감사보고서"라며 "어떤 경로로 내부문건이 유출됐는지 모르겠으나,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구정 전 회장에 대한 현 세무사회 감사의 공금유용 및 횡령의혹 제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무사회 내부의 진실공방에 대해 세무사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