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용화 조세일보 부산지사장, 최현민 부산지방국세청장,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박남수 조세일보 경남지사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국세청 내에서 '강직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최현민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오랜 본청 생활을 거쳐 1급 공무원(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승진, 고향인 부산으로 금의환향했다.
기쁨도 잠시, 최 청장은 수년간 이어져 온 조선업 침체로 인해 부산·경남지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좀처럼 걷어내 지지 않는다는 걱정을 쏟아냈다.
2일 최 청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산지역 경제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가능한 모든 세정지원을 동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부산세정의 수장' 된 최현민…"납세자가 편해야 국세청도 편하다"
유독 말수가 적고 과묵한 최 청장.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뚝심있는 업무스타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세제와 세정을 두루 섭렵한 전문성에 더불어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는 '관료의 교과서'같은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난 최 청장은 어린 시절을 얼마 보내지 못한채 부모님을 따라 대구로 이사를 가야했다.
대구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89년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하며 국세청에 첫 발을 내딪게 됐다.
그의 첫 부임지는 공교롭게도 부산이었다. 북부산세무서 총무과장, 동부산세무서 부가가치세과장 등을 역임하며 5년여 간 부산지역에서 풋풋한 초임 사무관 시절 '세정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이후 법인세과 원천계장으로 본청에 입성했고, 기획재정부 세제실, KDI 국제정책대학원 등에 파견되며 세제분야 전문성의 깊이를 더했다. 영덕세무서장으로 초임 세무서장을 지냈으며, 본청 원천세과장, 법무과장 등을 거쳐 서울 강동세무서장을 지내기도 했다.
국세청 소득지원과장을 거친 뒤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대구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3국장을 지냈다. 본청 자산과세국장, 법인납세국장을 거친 뒤 1급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20여년만에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최 청장은 "부산청은 26년 전 북부산세무서에서 초임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5년여간 근무한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새로운 국세청 50년을 여는 첫 해에 다시 부산지역에서 지방국세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공무원 생활 중 90% 이상을 조사분야 보다는 개인납세, 법인납세 등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는 부서에 있었다"며 "반기납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편리한 연말정산, 국세법령정보시스템 등 납세자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항상 인력이 모자라 허덕이고 있는데 이렇게 납세자의 편의를 추구하는 것은 민원을 줄이는 효과를 내며, 곧 국세청의 행정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이것이 29년의 국세공무원 생활을 통해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곧 국세행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위기의 부산세정…"현장에 답이 있다"
◆…최현민 청장은 조선업 침체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경영자들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청장이 부임 후 목도한 부산의 세정여건은 열악했다.
이미 수년간 지속돼 온 조선업 침체로 인해 대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딸린 협력업체들까지 같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청장은 "조선업이 몇년 째 침체기를 걷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산청 관할 내 기업들의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며 "대기업들도 어렵지만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그에 딸린 협력업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의 사정을 많이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개별 업체별로 어려움이 있으면 세무조사 선정기업과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고, 사후검증을 유예하고 검증수준을 낮춰줄 수도 있다. 그 밖에 법적으로 가용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 청장은 이를 위해서는 결국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세정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부산청 내에서 세원규모가 큰 울산, 창원을 중심으로 상공단체, 업종별로 실사를 계속 해나가고 어려운 부분들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26년 국세공무원 인생…"여보,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유독 말수가 적고 표정이 없기로 유명한 최 청장. 그렇게 엄격하게 스스로를 절제해 온 26년의 세월은 1급 국세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그에게 안겼다. 인간 '최현민'이 국세공무원으로서 정상의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그의 아내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그는 말한다.
최 청장은 "우리 세대들은 살기에 급급해 옆을 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아왔다"며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때도 한번도 옆에 있어주지 못했고, 집이 이사할 때도 모든 것을 아내가 알아서 했다. 아이를 업고 혼자 이삿짐을 나르는 등 아내는 내가 일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해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어려운 생활을 저 하나보고 불평없이 해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며 "국세청 선배들이 퇴직할 때 아내의 내조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힘들다'는 말을 꺼낸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며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었는 줄은 몰랐다. 내가 밖에서 집걱정 안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부산청장으로 부임하고 부산으로 거처를 옮긴 뒤 그가 한 일은 바로 초임사무관 시절 아내와 함께 살았던 신혼집을 찾은 것이었다.
최 청장은 "부산으로 이주한 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예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가봤다"며 "아내와 함께 초임사무관 때 살던 집을 보고, 시장에서 아이 옷을 사입히던 일, 골목길에서 뛰놀던 아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공직자로서의 자기관리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최 청장은 "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입에 자물통 단 사람'이라는 평을 하더라"며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고 주로 남의 말을 듣는 쪽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직자는 처신이 가벼워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인간적으로 너무나 절제되고 억제되어있다고 느껴지는 최 청장이 나름의 해소구로 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당구'였다.
대학 시절부터 당구를 즐겨왔다는 그의 실력은 '250'. 본청에 근무하면서는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어 도무지 손을 못대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당구를 즐겨왔으며, 케이블TV에서 하는 당구채널도 즐겨본다고 한다. 한편 최 청장은 탁구도 즐겨치는 편이지만 어깨를 다친 뒤로는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현민 부산지방국세청장은…
▲1958년 ▲부산 ▲경북고-서울대 경영학과 ▲행시 33회
▲ 북부산세무서 총무과장, 동부산세무서 부가과장, 부산진세무서 법인과장, 동부산세무서 법인과장, 국세청 법인과 원천계장, 서울국세청 법인과 국조계장, 재정경제부 세제실, 국세청 부가1계장, 영덕세무서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파견, 서울국세청 개인납세2과장, 국세청 원천세과장, 국세청 법무과장, 강동세무서장, 국세청 소득지원과장, 국세청 종합부동산세과장,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 교육파견(국방대학원),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자산과세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