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문성 교수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으로 줄임)은 초기 민법상의 증여개념을 차용해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만으로는 공평과세의 이념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증여의제조항'을 도입해 증여세 과세범위를 넓히기 시작했고,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으로는 미흡함을 느껴 급기야는 완전포괄주의 증여개념을 2003년 12월에 도입하게 된다.
완전포괄주의 증여개념은 과세권자가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 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입법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전의 증여의제조항이 '한정적 열거'의 성격을 띠었다면 현재의 계산규정은 '예시적 열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증여의제조항의 법적 표현형식을 현재의 계산규정이 대부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과 제33조 내지 제42조의 열거규정과의 관계가 항상 문제가 되었다.
그러한 문제의 전형적인 모습은 제33조 내지 제42조에서 규정하는 요건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거래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과세하게 되면, 납세자측은 그 과세근거가 없어 과세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과세관청은 제2조 제3항을 독자적인 과세근거로 삼아 과세했다고 반박하는 것이 가장 빈번한 조세불복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 상증세법의 완전포괄주의 적용과 관련해 판시한 내용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대립되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두 13266판결]라고 밝혔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우선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열거규정의 요건에 완전히(100%)부합되지 않는 거래·행위 중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에 부합되는 거래가 있음을 전제하고 이러한 거래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 ·행위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제2조 제3항이 완전포괄주의 하에서 증여세 과세의 독자적인 근거조항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제2조 제3항과 열거규정(제33조 내지 제42조)과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33조 내지 제4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열거조항의 요건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거래의 경우는 제33조 내지 제42조의 관련조항으로 과세할 수 있다.
둘째, 제33조 내지 제4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못하는 거래가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에 포섭되는 경우는 제33조 내지 제42조에 완전히 부합되지 않으므로 제33조 내지 제42조의 규정으로 과세할 수 없고 제2조 제3항으로도 과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에 포섭되는 경우이지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제33조 내지 제42조의 요건과는 완전히 독립된 상황으로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에 포섭되는 경우는 제2조 제3항을 독자적인 과세근거로 과세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제33조 내지 제4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거래와 제33조 내지 제42조의 요건과는 완전히 독립된 상황의 거래가 제2조 제3항의 증여개념에 포섭되는 경우, 전자의 거래가 과세의 필요성이 후자에 비하여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과세의 가능성 측면에서는 더 낮아지는(실제로는 과세되지 않음)점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열거규정을 구법상 증여의제규정처럼 정해진 요건을 완전히 갖추는 경우에만 과세하는 한정적 열거규정으로 보고 있는 대상판결이 "과세권자가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제2조 제3항의 입법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은 제2조 제3항과 열거규정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과세대상을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상증세 완전포괄주의 증여의 입법취지와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대립되는 면이 있어서 앞으로 과세행정과 세법 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약력]오문성 교수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
-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감사위원)
국방부 국방3.0 자문단 위원
(전)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