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조세 분야에서는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즉 세원잠식과 소득이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하게 사업을 영위하면서 세부담 절감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저세율국가로 소득 또는 수익을 이전함으로써 특정 국가의 세원이 잠식되는 상황들이 해외 주요 언론에서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G20 국가들을 위시한 OECD 회원국들이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15개 과제를 선정하여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 해 9월 OECD에서 대부분의 문제들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첨부1)
그리고 지난 11월 G20에서는 OECD가 논의한 대응방안을 이행할 것을 합의하였고,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이 OECD에서 논의한 대응방안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 세법 또는 조세조약 개정을 준비하거나, 논의 중에 있고 다자간 협약을 통해서 그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각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이다.
OECD에서는 과세의 투명성 확보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해 왔으며, 그 중에서도 국외 특수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한 소득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국적기업들에게 이전가격 거래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기로 합의하였고, 그 결과 기업들로 하여금 Master File, Local File, 그리고 Country-by-Country Report 등의 세 가지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합의하였다. (첨부 2)
첫째, Master File이란 다국적기업의 전체 조직구조 및 사업내용, 그리고 기업의 글로벌 value chain과 supply chain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별 법인들이 그룹의 가치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능분석을 포함한다.
둘째, Local File이란 해당 법인의 이전가격보고서를 의미하며, 해당 법인의 개요, 특수관계거래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정상가격 산출방법의 선택 과정과 비교대상기업의 선정 과정을 포함한다.
셋째, Country-by-Country Report란 전세계에 위치한 각 국가별 자회사들의 매출액, 세전 이익, 법인세 납부액 등의 납세정보와 함께, 각 법인 별로 어떠한 사업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포함한다.
이러한 보고서들은 각국의 과세당국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이전가격 세무조사에 직접 활용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과세당국간의 정보교환을 통해서 보고서들이 공유될 것이므로, 다국적기업들은 보고서의 작성과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 호주, 스페인,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이전가격 문서화 규정을 자국의 세법에 반영하고자 세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미 개정하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연말 OECD에서 발표한 BEPS 결과물을 반영하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데 이어 금년 2월 시행령을 개정하였고, 현재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개정세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고, 국외특수관계인과의 거래금액이 연간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의 경우에는 2016사업연도부터 Local File(개별기업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Master File(통합기업보고서)도 작성하여야 한다.
특히 통합기업보고서의 경우 기업회계기준 상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법인들을 기준으로 국내에 2개 이상의 기업이 제출의무가 있는 경우 그 중 지배기업, 즉 최상위 회사가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2017년 법인세 신고 기한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전부 또는 일부를 미제출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는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Country-by-Country Report는 2017사업연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개정 세법을 유의하여 보고서를 반드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전가격 보고서 작성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BEPS 이전가격 문서화 규정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도 도입을 준비 중에 있거나 이미 도입을 하였으므로, 각각의 자회사들이 진출해 있는 현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할 과태료 또는 불이익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각 국의 과세당국들이 이전가격 문서규정을 강화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이전가격 세무조사 선정 및 이전가격 세무조사 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보고서를 우리나라 및 현지 국가의 관련 규정에 맞게 준비하지 않는 경우 세무조사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강화된 이전가격 문서화 규정으로 인하여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이전가격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들의 세법 개정 추이까지 확인을 해야 하는 추가적인 숙제도 안게 됐다.
이를 위해서 기획재정부와 전경련, 그리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합동으로 'BEPS 대응지원센터'를 설립하여 BEPS와 관련한 입법에 대한 의견 수렴, 국내외의 BEPS 자료 연구, 전문적인 상담 및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하여 이전가격 보고서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Master File, 즉 통합기업보고서 작성을 위한 글로벌 이전가격 정책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OECD에서 발표한 결과물 뿐만 아니라 개정 국조법 시행규칙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화나 용역거래에 대한 기능분석 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와 무형자산거래에 대한 이전가격 정책을 통합기업보고서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과세당국 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과세당국에게도 공개할 만한 수준의 이전가격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통합기업보고서와 개별기업보고서간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통합기업보고서란 다국적기업의 value chain, supply chain 및 이전가격 정책을 포함하고 있고, 개별기업보고서는 관계사간의 실제 거래 결과를 담은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이므로, 통합기업보고서 상 이전가격 정책과 실제 관계사간의 거래 결과를 담은 개별기업보고서 상의 이전가격 분석 결과에 일관성이 없거나 이익률이 정상가격 범위 내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해당 법인의 이전가격 과세위험이 매우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기업보고서 상 이전가격 정책에 부합하는 각 현지법인 별 적정 이익률을 사전에 Planning 하고 기중에 monitoring한 후, 정상 이익률 범위 내에 포함되는지의 여부를 연말에 최종 검토한 후 적정 이익률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보상조정(미달이익 보전 또는 초과이익 회수)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셋째, 2015년 이전의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여야 한다. 이번 BEPS 관련 개정세법의 경우 2016사업연도부터 통합기업보고서 및 개별기업보고서의 형태로 이전가격 정책 및 이전가격 분석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세무조사 과정에 2015년 이전 사업연도에 대한 이전가격 위험도 같이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일 2016년 이후의 이전가격 정책과 2015년 이전의 이전가격 결과치가 상이한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