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푸른 바다, 쾌적한 삶을 기대하며 매년 1만여명의 이주민이 몰려드는 꿈의 섬 제주.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풍경과는 달리 세무사로서 정착하기에는 전국에서 제주도가 가장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세무사회(3월4일 현재)와 국세통계연보(지난해 12월 기준)에 따르면 제주의 세무사 숫자는 85명, 사업자 수는 9만5393명이다. 세무사 1인당 1122명의 '잠재고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숫자(세무사+사업자)로만 보면 이 지역에서 개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제주에서 세무사를 개업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혀부터 내두른다.
웬만한 조건으로는 도무지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유는 제주가 그만큼 폐쇄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세무사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제주도에서 개업을 하려면 제주에서 나고자란 '제주출신'이어야 한다고 귀띔한다.
특히 제주일고, 오현고 등 제주도 내 명문고 졸업생이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제주세무서를 산하에 두고 있는 부산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면 더할나위 없다고 한다.
실제로 제주도 내 세무사 업계는 제주일고, 오현고를 졸업한 세무공무원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미 학연·지연으로 똘똘 뭉쳐 수십년 이상 정착해있는 세무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최근 제주도에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래도 일거리가 있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해볼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부동산 거래 중 큰 건들은 대부분 중국계나 서울의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법무팀을 통해 처리하거나 로펌에 의뢰하기 때문에 최근의 제주도 부동산 활황이 일반 세무사들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는 워낙 학연, 혈연 네트워크가 깊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세무사를 거치지 않고 제주세무서 직원에게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잦다고 알려지고 있다.
열심히 영업하면 길이 보이는 서울의 세무사와는 달리 제주의 세무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지연, 혈연, 학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주도 모 현직 세무사는 "타지 출신에 공직 경험없는 세무사는 서울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세무사가 영업으로 승부를 본다면 제주에서는 연줄로 승부를 본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주도는 세무사보다는 관세사 수요가 많이 늘고 있다"며 "서귀포 신공항과 민군복합항이 들어오면 관세사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는 2개의 관세사무소가 이 지역 일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