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현상' 해소 못해 국내 투자자 손실 우려
국내 증권사들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변동폭의 3배를 좇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인 'UWTI' 주식 병합 결과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거래대금이 1조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자들이 자주 매매하는 UWTI는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전날부터 10대 1로 주식이 병합된 채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HTS에 이 종목의 병합에 따른 주식 수 등을 반영하지 못한 국내 증권사들은 아예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10대 1 병합으로 주가는 2.53달러에서 25.3달러로 변경 표시되고 있지만, 보유 주식 수는 병합 전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이 액면병합이나 분할 등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못하는 상태를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은 한국예탁결제원이 해외 상장 종목의 병합이나 분할 등을 처리하기까지 현지와 2∼3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상장 주식의 병합이나 분할 등으로 가격과 주식 수에 변동이 생기면 2∼4일간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 15곳 가운데 14곳이 이런 현상에 노출돼 있고, NH투자증권에서만 중단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를 제대로 못하는 동안 해당 주가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그만큼 수익을 올리거나 손실을 회피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거래를 중개하는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새로운 권리가 발생하는 종목의 실시간 변동 결과를 HTS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거래를 정지하거나 전화로 주문받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레버리지 상품은 주간 가격 변동폭이 70∼80%에 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거래를 정지하는 사례가 1주일에 1건 이상씩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이번 블랙아웃 대상 종목인 UWTI는 유가 변동성을 3배로 추종하게 설계돼 있다"며 "거래정지에 따른 위험이 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