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신규특허 발급, 특허 기간 연장, 수수료 인상 등 면세점을 둘러싼 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행 면세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서울지방조달청 대회의실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을 열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 앞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표가 진행됐다.
주제발표 뒤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회 위원,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이원석 면세점협회 이사장 등 학계·연구기관·경제단체·시민단체 등의 다수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5년인 면세점 특허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은 "면세점 문제는 특허기간 연장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며 "5년의 사업기간은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기 때문에 사업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세점은 이미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내국인들은 면세점에서 명품을 사지 않고 파주 아울렛 같은 곳에서 산다"며 "면세점은 결국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삼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정부가 과거를 기초로 정책을 펼쳤지만 이제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 미래 예측 가능한 프로젝트를 구성해 불확실성을 줄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석 면세점협회 이사장은 "특허기간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것은 사업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며 "법률상 하자가 없는 한 갱신을 승인해주는 것이 좋은데 현재 정책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보세공장·보세창고 모두 동일한 것인데 보세판매점만 다르게 보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다.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면세점은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이대로 두면 적자상태로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물론 투자 책임은 기업에게 있지만 국가는 기업에 대해 제도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면세점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 정부는 규제를 높여야 하지만 정부가 면세점 사업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면 이제는 특허기간을 연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5년의 특허 기간을 연장하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5년 단위 원천검토가 아니라 갱신 부분에 있어 지금보다는 심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절충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특허수수료는 정부 입장에서 수익이 확실히 있다. 발표자료 1안의 5~10% 수수료율은 적정하지만 중소, 중견업체 부분은 차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도 특허기간 연장에 동의했다.
정 연구기획본부장은 "면세점 문제는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며 "특허기간 연장 같은 경우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데 특허기간을 5년에 한정한다면 사업자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과점 구조에 대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 참여한 신규면세점 사장단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회장,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박 위원은 면세점 사업을 금광에 비유하며 "처음에는 금이 나올지 몰라 관심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금광에 금이 많아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숟가락 좀 얹으려다 보니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매가 가장 시장적인 방법"이라며 "정부는 어느 정도가 적정 수수료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가장 적정한 가격을 찾기 위해서도 경매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적정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특허권 갱신 등의 문제도 경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관광을 하는 이유는 쇼핑 목적이 크다"며 "세계는 관광 전쟁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면세점은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작년 관광청 예산을 2.5배 늘렸는데 관광이 먹여 살린다는 것"이라며 "면세점 문제를 공급자 측면만 보지 말고 소비자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뒤 질의응답시간에는 참석자들의 질의가 빗발쳤다.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패널은 "작년 두 번에 걸친 특허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이는 잘못된 처사이고, 롯데, SK 와 같이 탈락한 사업자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 김영춘 선임위원은 "그동안 시내면세점이 발전한 이유는 세관공무원들이 엄격히 법규 집행을 했기에 외국관광객들이 안심하고 한국 면세점을 이용했던 것"이라며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야하는데 너무 파이를 쪼개는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송파잠실관광특구 협의회 사무총장은 "송파구는 롯데월드와 롯데타워 등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이런 송파에 면세점이 없는 것은 송파구 상인, 요식, 숙박업에 마이너스를 초래한 것"이라며 "저희는 작년에 이미 탄원서를 보냈고 올해 5만명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SM면세점 권희석 대표는 "이번에 새로 선정된 신규 사업자의 경우 인력채용과 브랜드입점에 상당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며 "이럴 경우 정부가 당초 계획한 1만 4000명 고용대비 절반 수준인 7000명밖에 고용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의회 임춘대 의장은 "송파구는 관광객을 유치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왜 관광객 유치에 준비가 안 된 사업자들이 이번에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며 "기존 사업자들도 계속 연장을 해주는 등 제도적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5, 6월이 되면 총 22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설령 신규사업장으로 채용이 이관 된다 해도 저희 가족들은 모두 전학과 이사를 가야한다. 도대체 왜 롯데가 떨어진건지 알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항의성 주장에 쓴 소리를 날리는 이도 있었다.
중소면세점 엔터스 면세점 관계자는 "오늘 공청회는 2년 반 전에 개정된 법안이 잘 된 건지 안 된 건지를 따져야하는데 탈락 사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리로 변질 된 것 같다"고 힐난했다.
질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한 방청객은 "이 자리는 경영악화에 대해 하소연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