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기업의 노력은 때로는 왜곡된 행태로 나타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경쟁 기업에 대한 비방과 음해를 통해 제품과 기업이미지를 깎아내려 고객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다.
지난 1989년 라면 제조사인 S사의 '우지(牛脂)라면' 파동이 보여주듯, 근거없는 비방과 음해는 한 기업을 고사상태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다.
얼마 전 한 세무법인의 대표가 하소연을 해왔다.
내용인 즉슨 어떤 세무법인 대표(그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세무법인이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둥, 국세청과 관계가 안좋다는 둥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다녀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업계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한 세무법인의 대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르는 루머로 인해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지내왔다고 한다. 그를 둘러싼 루머는 종류도 많고 제3자인 기자가 듣기에도 '수위'가 높아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왜 이런 얼굴없는 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등 과세행정에 대응해야 하는 납세자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고용한 세무대리인이 과세관청 또는 검찰 등 관계기관과 껄끄러운 관계일 경우, 또는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는 경우 굳이 위험을 안고 그 세무대리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납세자 입장에서 사실관계가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확인할 수도 없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아닌가. 경쟁업체가 고객의 귀에 흘려넣은 '독약'은 효과만점이다.
이에 대해 A변호사는 "이런 행위는 형법상 명예훼손 내지 신용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신용훼손에 관한 동법 제313조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314조 제1항은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세무사 업계가 포화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공멸을 막는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