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간의 인수합병이 대폭적인 이동통신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규제당국의 보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스트리아 방송통신규제기관(RTR)은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4위 이동통신사업자 H3G가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를 인수합병하며 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축소된 결과 2013년과 2014년 심각한 요금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보고서를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당시 RTR은 사업자 축소로 경쟁 약화와 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EU 반독점 당국의 의견에 따라 보유 주파수(2.6GHz) 일부를 매각하고 10년간 네트워크 용량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도매 접속을 최대 16개 MVNO에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합병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합병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통해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당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심각한 요금인상이 초래됐다는 결론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10개국의 스마트폰 평균 요금이 하락추세에 있는 것과 달리 오스트리아는 50~90% 인상됐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요금도 22~31%나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 편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인수합병 신청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EU 반독점위원회가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합병 승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4위 이통사인 3UK가 3위 사업자 O2를 105억 파운드에 인수·합병 계획에 따라 당국의 인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될 경우 3UK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을 점하게 된다.
따라서 영국 당국이 2012년 오스트리아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이 공개한 보고서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4월로 예정된 최종 결정의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EU 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노르와 3위 텔리아소네라의 인수합병에 대해 사업자 수가 줄어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 요금 인상, 혁신서비스 저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 인가를 불허한 바 있다.
유럽 규제 당국의 우려는 우리 통신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KT는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 인상불가피한 까닭에 국내 규제당국이 이번 인수합병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될 이유다”고 주장했다.
